초가을에 심었던 무우와 배추를 수확했다. 먼저 농사를 지었던 어르신들의 원래 배추가 잘되지 않는다는 말에 그냥 버리는셈 치고 모종 50포기만 심었었다. 그중 25포기가 속이 꽉차게 잘 익어 끝까지 자라 주었다. 무우는 굵은 뿌리만큼이나 억세게 모두 싹을 트고 자랐다. 이럴줄 알았으면 배추를 좀 더 심었을걸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흙살림에서 구했던 유기농 퇴비와 목초액을 사용했던게 크게 효과를 본거 같다.
하얗게 속이 꽉찬 배추를 보시며 어르신들은 농사를 지어봤던게 아니냐는 과찬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밭에서 도로까지 지고 내려오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지만 직접 키운 채소를 먹는 기쁨을 넘어설 수 있을까.
막상 김장을 담고 나니 부피가 수확했을때보다 확 줄었지만 내년 여름까지 우리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김치가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우리를 든든하게 했다. 심었던 모종의 반밖에 수확하지 못한 배추였지만 씨앗을 뿌렸던 무우는 솎아 내면서 까지 키워야 했다. 덕분에 무우 한박스는선물로 보낼 수 있었다.
밭사이를 다니며 노는 진성이와 윤성이는 엄마·아빠의 수확에 대한 기쁨에는 안중에도 없이 자기들만의 시간을 누리고 있다. 바쿠칸이나 파워레인저의 영향을 벗어나 그나마 흙과 채소를 통해 자연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 다.
금요일, 11월 30, 2007
무·배추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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