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1월 03, 2007

비단꽃 넘세

평소 기독교인들의 독선적인 믿음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나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기독교가 무속신앙을 대체한게 아니라 오히려 무속화 되어버렸다고 여겨 왔었다. 독선적인 기독교에 빗대어 무속 신앙을 같이 비하시켜 왔던 것이다. 그렇게 이땅에서 수천년을 함께 해오던 신들과 그의 대리인들은 미신으로 치부되면서 없어져야할 서글픈 존재가 되어갔던 것이다.

내가 무속신앙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건 최근에 들어서였다. 눈에 보이는 세계외에 또 다른 세계가 있을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인정하게 있었고 사후세계가 충분히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부터였다. 그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무속인들의 세계가 궁금해지는건 당연한 순서였다. 그리고 그래이엄 핸콕의 Super Natural(초자연)이라는 책을 통해 종교의 원래 모습이 영적세계를 체험한 이들, 즉 무당들의 경험을 토대로 형성되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종교와 무속신앙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막연히 무속신앙을 미신으로 치부하거나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가져왔던걸 반성하게 되었다. 다른 신들과 다를 바 없는 신이었고 그 대리인들, 즉 무당들이야말로 이땅에서 이어져온 종교인이고 성직자였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삶을 돌보고 때로는 호통을 치고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하는 이땅의 신들은 여전히 그자리에 있어 왔던 것이다.

무속인들의 삶과 경험을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알 수 있으리고 기대하지 않았다. 김금화씨(76)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이나마 그들의 삶을 엿보고 이해하고 싶었다. 300페이지 조금 넘는 책이 그들의 세계를 설명해 주기에는 너무도 모자를 것이다. 막연히 무섭고 우리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세계가 오히려 흔히 알고 있는 일반 종교보다 더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된것이 이 짧은 독서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기쁨이고 수확이었다.

" ... 셋방살이를 해도 주인과 세입자가 존중하며 공존하는 것이 법칙이다. 당연히 종교를 두고 내 것만 옳고 다른 이의 것은 미신이라고 단정 지으며 배척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무속도 엄연한 종교다. 그것도 우리 민족 대대로 내려온 전통의 종교다. 자신들과 다른 신을 섬긴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종교인으로서도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어떤 이는 굿에 쓰이는 울긋불긋한 깃발이나 작두, 한 서린 소리가 무섭다고 한다. 하긴 조용하고 엄숙한 교회 예배에 비하면 시끄러운 징, 장구 소리에 무당 호통까지 어우러진 굿이 사람의 마음을 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죽고 사는 것,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 평화로운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삶은 적나라한 고통이고, 그것을 이겨내는 단단한 마음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무속은 굽이굽이 곡절 많고 시련 많은 인간사를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더 큰 의지가 되는 종교가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