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1월 09, 2007

단순함

휴대폰을 새로 구입했다. 핸드폰에 있는 부가기능을 좋아하지 않고 거의 사용하지 않기때문에 단순한 기능의 모델을 찾았으나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슬라이드형과 얇은 형태를 싫어해 바(Bar)형의 단순한 모델을 좋아한다. 결국 스카이의 im-u130으로 선택했다. 이것도 단순한 기능의 핸도폰은 아니다. DMB기능만 빼면 최신 핸드폰의 기능은 모두 가지고 있는 모델이다. 그래도 바형에다 묵직한 느낌을 주기때문에 그나마 내가 원하는 타입에 근접한 사양이어서 선택했다. 게다가 단종된 모델이기 때문에 기기변경인데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핸드폰에 있던 데이타서비스 버튼과 카메라기능은 거의 사용할일이 없었다. 이런 기능만 제외시켜도 가격이 더 저렴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복잡한 기능을 싫어하는건 핸드폰에서만 그런것도 아니다. 이런저런 군더더기 기능을 없애고 제품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단순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이용자의 데이타통신 서비스의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카메라기능과 데이타통신 버튼을 대부분의 모델에 적용시킨다고 한다. 해외로 수출되는 제품에는 전화기능만 있는 저가폰들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뉴스에 방영되기도 했다. 국내 핸드폰들의 출고가가 떨어지지 않는 큰 이유일 것이다. 본연의 목적보다 부가적인 기능에 더 눈독을 들이고 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니 소비자는 전혀 쓰지 않는 기능을 위해 필요 없는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제3세계 아이들에게 100달러 짜리 저가 노트북의 보급운동을 벌이고 있는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도 합리적 가격에도 높은 품질을 갖춘 제품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부품·소재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휴대전화나 노트북컴퓨터 같은 전자제품의 부품 가격은 18개월마다 한 번씩 절반으로 떨어지는데 전자업체들이 필요없는 기능들을 추가해 완제품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기능 비대증’에 빠진다는 주장을 한다. 싸지만 양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로, 네그로폰테 교수가 제시하는 것은 ‘단순성’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단순함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 정확한 리듬으로, 그저 척척 써나간다는 것. 그렇게 6개월정도 정해진 시간에 일을 끝내고 나오는 것, 그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글쓰기이다. 이런 단순함은 마치 열대지방의 북소리와 같아서, 몽환적인 집중력과 같은 것을 사람에게 일으킨다고 했다. 정해진 일을 정해진 시간의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 단순함은 결국 스스로에게 주는 안정감의 힘이다. ...

돌이켜 보면 내 생활에도 필요없는 군더더기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중 많은 것들을 떠안아 가고 있다. 그런 고민과 행동들 때문에 정작 중요한 일들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본질적인 사항들이 군더더기들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단순함의 미학을 내 생활에도 적용시켜야 겠다. 그럼으로써 삶의 본질에 한걸음더 다가설 수 있을거 같다.

"싼것과 싸구려는 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