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1일에는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1988년 11월13일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과 노동법 개정을 목표로 시작된 전국노동자대회는 지난 20년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치러진 노동계 최대 행사다. 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정부가 원천봉쇄하더라도 경찰과 숨바꼭질하면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치러냈고, 문민정부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불허된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참여정부는 올해 노동자대회를 원천봉쇄함으로써 20년 전통의 전국노동자대회에 새로운 역사를 보탰다. ‘문민정부 이후 최초의 전국노동자대회 원천봉쇄’. 경찰은 도심의 극심한 교통체증과 시민불편 운운하며 집회금지를 통고했고, 노동부 등 네 부처 장관은 연명으로 담화문을 발표했으며, 지방에서는 대회 참가자 상경을 원천봉쇄했다.
그럼에도 전국노동자대회는 치러졌다. 서울 남대문에서 시청까지 거리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동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광화문까지 거리에서는 집회 참가자 수와 맞먹는 2만여 전경이 도심의 교통체증과 시민불편을 야기했다. 노태우 정권때에는 집회에 최루탄으로 대응했는데, 2007년 참여정부는 물대포와 도심 상공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집회를 방해하는 헬리콥터로 대응 방식을 바꾸었다.
시위현장을 기록하고 방해할 목적으로 뜬 경찰 헬리콥터가 시위대 머리위를 계속 빙글빙글 돌며 시끄러운 소음과 바람으로 시위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 소리가 비정규직과 고용불안이라는 방식으로 더욱 교묘하게 지배방법을 발전시키고 있는 지배층의 노동자 계급에 대한 요란한 조롱 소리로 들렸다. 노무현정권의 참여정부는 집권 5년만에 본색을 그렇게 대놓고 드러냈다.
공권력이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군림하려드는 행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시민들의 불편을 시위를 원천봉쇄한다며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전·의경들의 모습은 누구나 추억할 수 있는 군생활을 하는 청년의 모습이 아니라 환갑이 넘은 노인을 때려 죽여도 아무도 죄를 묻지 않는 무시무시한 공권력의 폭력 집단으로 보였다. 시위대보다 더한 불편을 주면서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경찰들과 시위대가 내는 소음보다( 그래도 여기엔 알리고자 하는 외침이라도 있다 !) 더 큰 소음을 내며 불편을 초래하는 그들이 말하는 시민은 대체 누구일까.
5년전 그때의 나는 이런 노무현의 본질을 간파할 능력이 없었다. 진정 노동자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알고 그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일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랬던 그가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이 어떤 것인지 분명한 FTA협상을 일방적으로 추진시켜 버리고 비정규직 양산과 고용불안을 한층더 강화시켰다. 그에게는 그것들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분신하고 맞아죽은 사람들은 그가 생각하는 시민이 아니고 국민이 아니었던 것이다. 노동자들의 머리위에 뜬 공권력의 헬리콥터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그렇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남은 기대의 미련까지도 몰아내버린 일요일 오후였다. 먼지와 함께 사라졌다.
화요일, 11월 13, 2007
먼지와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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