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3월 07, 2017

스피치, 핸디캡 극복을 위해 애썼던 기억

"발표"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던 때가 있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의 모임이 있어 그곳을 몇달간 부지런히 다녔었다. 말로 인한 아픈기억들이 많았다. 언젠가 부터 이런 핸디캡을 극복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평소 생각했던 만큼 목소리가 나쁘지 않고 스피치 능력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어서 평범한 수준에는 도달할 수 있다는걸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왕십리도 그런 연유로 발길을 들였던 곳이다.  봄볕이 한참 따사로웠던 때였고 주변이 궁금해 모임 시간 두어 시간정도 먼저 도착해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걸었다.



6.25전쟁이 끝나고 벽돌 잔해로 건물을 지었었다는 "대한불교 진각종 밀각심인당". 못본 건지 아니면 남아 있지 않은건지 그 건물은 찾지 못했다. 도심에 있는 종교시설이 대부분 그렇듯이 갑자기 소리가 멈춘 라디오 처럼 번잡한 도심에 쉼표처럼 있던 고요함이 좋았다.



상가 · 교회 ·  학원 · 학교까지 입주해 있는 특이한 건물이었다. 맨 윗층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거 같기도 했고.



환기시설로 보이는 튜브와 주류박스가 만들어낸 기하학적 모습. 빛이 튜브의 질감과 곡선을 돋보이게 한거 같았는데 지금 보니 그닥 별로인거 같다.



어느 한정식 집의 입구에 사선으로 내리 쬐는 봄볕과 자전거 · 전봇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평범한 장면도 빛이 들어오면 뜻밖의 느낌을 주는거 같다. 그림자를 주제로 사진을 찍는 모임을 본적 있다. 나도 비슷하게 흉내를 내볼까 했다가 곧 그만 두었다. 나에겐 약8분전 태양을 떠났던 빛을 만나는 즐거움이 더 큰거 같다.



특별한 국경일이 아니었는데 태극기가 도로 가득 게양되었었다. 극우 세력들이 태극기를 곧잘 이용하다 보니 원래의 의미가 변질되는거 같다. 올해 삼일절엔 그런 오해를 살까봐 지자체들이 태극기 게양을 주저 했다는 뉴스까지 나왔었다. 어서빨리 태극기가 가졌던 기호의 의미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수요일, 3월 01, 2017

3월, 봄의시작


다시 3월이 시작되었다. 몇번의 추위가 있겠지만 '꽃샘추위'라는 말로 봄속에 남아 있는 겨울 흔적을 표현될 것이다.

이태원 골목에서 봤던 새순이 돋기 시작한 나뭇가지였다. 동지를 지나며 해는 조금씩 길어져왔고 자연은 햇살들을 계속 담아가며 봄을 준비해 왔을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제대로 느낄 새 없이 빨리 지나 갔던거 같다. 어떻게 이 계절을 만끽하는게 좋을까.



이태원의 입구에 세워진 홍보용 아치에 붙은 스티커들. 무슨 의미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꽉 찬 이미지들은 어떤 패턴들을 만들며 눈길을 끌게 된다.  최근에 갔을때도 빛이 바랜채 여전히 있는걸 봤었다. 세월의 흔적이 쌓이며 자연스레 만들어 지는 모습은 질리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빛과 만나면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내는거 같다.



어느 골목길에 잠시 세워둔듯한 것과 방치된 듯한 오토바이들이 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 별 다른 고민없이 사진기를 들었다. 카메라는 잡았을때 묵직한 느낌이 드는것이 좋은거 같다. 소심한 마음에 눈에 띄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때도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지 않는데다 마주치는 사람들도 그닥 신경을 써지 않는다는걸 알고 부터는 SLR카메라도 별 생각없이 가지고 다닌다. 성능에 비해 몸집이 많이 큰편인거 같지만 뭐 내가 담고 싶은 것들 문제없이 담을 수 있어 수명이 다할때까지 같이 가게 될거 같다.  



커피한잔 마시며 봄볕을 쬐면서 담은 사진이었다. 같은 빛일 텐데 만약 한여름의 같은 장소였으면 이런 모습이 카메라를 꺼낼 만한 순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똑 같이 약8분전 태양을 떠나 지구에 도착한 빛이었을 것이다. '변화무쌍한 운명'은 이런 관점 또는 상황의 차이가 만드는 불균형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