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1월 30, 2009

골목 소경

신현림의 영상 에세이 "나의 아름다운 창"에서 이런류의 사진을 표현한 말을 읽었던 기억에서 다시 뒤적여 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시간과 함께 서서히 물들어 가는 풍경들이 좋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흔적이 배어나는 곳들에서는 뜻밖의 곳들에서 조형미를 가지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삶의 흔적이 배어있는 골목골목이 그런 곳들일 것이다. 그런 곳들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생활해온 곳들이다. 그리고 낯선이가 찍는 동의도 없이 사진을 찍는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주로 휴일날 아침 시간을 택해 카메라를 메고 어슬렁 거리고 다닌다. 딱히 정해진 곳이 없다보니 발길 닿는데로 간다고 생각하지만 평소 머릿속에서 맴돌던 장소의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하는거 같다.



을지로3가역에서 기업은행으로 나오는 출입구의 계단 이었다. 노숙자들의 잠자리용으로 쓰이는 듯한 박스들 옆으로 은행의 광고문구가 '신나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저 쓸쓸한 풍경이었다.















화요일, 11월 24, 2009

칸첸중가만 아는 진실



'세계최초'로 여성산악인이 8,000미터급 14개 봉우리를 등정할 것으로 보였던 오은선씨가 이전에 오른 봉우리중 하나에서 등정의혹을 받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의혹을 받았으면 정상을 올랐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깨끗이 정리될 텐데 그런 근거가 별로 없는 모양이어서 의혹이 자꾸 불거지는 모양이다.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한겨레 신문과의 통화에서 오은선씨는 “그날 날씨가 흐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앞서 가던 셰르파가 ‘여기가 정상’이라고 말해, 지쳐 있던 나는 ‘그냥 여기서 사진을 찍자’면서 정상보다 5m 아래, 10m보다는 위 지점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오은선씨는 셰르파를 따라 나선 길이었고 셰르파가 정상이라고 말한 곳이 정상인지 아닌지 확인하지도 못했다는걸 자인한 셈이다.

몇줄 되지 않는 기사였지만 그쯤에서 풍자소설 럼두들 등반기의 럼두들 등반대가 요기스탄 포터들에 이끌려 오르고 내려오는 희화화된 모습을 실감했다. 8,000미터급 14개 봉우리 최초 등정을 이루는 여성산악인의 등정 모습이 이런거였구나 하는 실망감도 함께.

등정을 증명할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화이트 아웃상태였다면 정상을 오른 다른 이들의 흔적을 사진에 담아왔던지 아니면 GPS의 궤적만 남겼으도 깨끗이 정리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상태로선 그저 나는 올랐으니 터무니 없는 소리는 닥치라는 말밖에는 없다.어느 국내의 산악인은 이런말도 했다.

"국내 산악인이 의혹 제기에 앞장서는 것은 스스로 공명심 때문에 국내산악인 모두를 스스로 평가 절하하는 일"이라며 "우리 산악인이 얼마나 출중한지, 일본의 경우 아직 남자산악인이 히말라야 11좌 밖에 못한 것을 상기해야 할 것" 산을 올랐는지를 묻는 의혹에 증거를 내밀면 그만인 문제에서 '평가절하', '일본의 남자산악인'이 대체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세계최초'를 강조하던 산악인이었으니 이쯤에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논란의 가치도 없다고 했지만 왜 셰르파의 말만 믿고서 정상인지 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부터 여러 가지 증명방법들을 하나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오은선씨가 그저 개인적인 취미로 올랐으면 그런 증명들이 무의미하고 논란의 가치도 없겠지만 이미 '세계최초'의 기록을 강조하며 언론에 올라온 사람이니 그런 증명을 하는게 당연한 일이라는건 '논란의 가치도'없는 일이다.

▶ 한겨레 신문
▶ SBS
▶ 마이데일리

월요일, 11월 23, 2009

럼두들 등반기


국가와 민족의 위대함을 증명하기 위해 극지 등반에 나선 등반대의 모습을 희화화 시킨 풍자소설이다. 포터들의 도움으로 결국 '세계 최초'로 럼두들을 오르게 되지만 포터들의 시큰둥한 반응은 그 가치를 우스꽝 스러운 해프닝으로 만들어 버린다. 옮긴이는 이 책을 읽으면서 추락할지도 모르니 위험한 곳에서는 읽지마라는 주의를 당부 했지만 웃음을 넘어 세상살이의 뒷모습과 그것들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데서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포터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럼두들 등정은 사회이면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대중들의 역할과 가치를 역설한다. 대다수 사람들의 역할과 가치를 몇몇 지도자들의 이미지로 그리고 만들어 나가려는 세상에 대한 풍자로 읽혀졌다.

※ 이 책이 나온지 50년이 지났건만 극지 등반대의 모습을 희화화 시킨 무능하지만 유쾌한 럼두들 등반대의 가치는 지금도 유효하다. '세계최초'를 내세우며 인간한계를 극복하는 산악인의 모습들은 TV다큐멘터리의 단골 메뉴지만 주인공 등강기의 고정자일을 설치하고 갔을 셰르파들의 이야기는 끝까지 나오지 않는걸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