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0월 31, 2008

서점

점점 '오프라인' 서점에 갈일이 줄어들고 있다. 매일 2시간 이상 이용하는 지하철속에서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독파력이 조금 늘으난데다 보고 싶은 책이 많아져 인터넷서점의 10%할인 가격을 무시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책들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매고서는 서점은 '특별히'지날일이 있을때 들러 서점의 분위기를 느끼며 '우연히' 눈에 띄는 책을 한,두권 골라서 사는 곳이 되었다.

서점이 가진 특별한 매력을 느끼게 된건 한 7,8년전 교보문고를 찾을때 부터였다. 지금 사는곳으로 이사 온후 광화문이 특별한 일이 없어도 가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근,현대사를 아우러는 유적이 많은 세종로 일대는 그저 걷는것만으로도 기쁨을 주는 곳이 많아 카메라 하나 매고 어슬렁 거리는 맛이 참 좋은 곳이었다. 물론 구석 구석 유쾌하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는 경찰들의 모습만 빼면. 그런 외출의 마지막은 꼭 교보문고를 찾는 것으로 끝났다. 세상에 가진 호기심과 수많은 대답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그곳이 점점 특별한 존재로 자리 잡아갔다.

예전처럼 서점을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인터넷서점의 '효율, 편리성'을 뛰어넘는 무엇이 '오프라인' 서점에는 있다.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고 만족시켜주는 느낌을 인터넷서점은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광화문을 지나면서 길 건너편 교보문고에 걸려 있는 글판의 글귀가 눈에 들어왔던 적이 있었다. 그 글귀를 보는 순간 무엇에 홀린듯이 종이를 꺼내 적기 시작했었다.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짠'하게 와 닿았던 이 글귀대로 실천한적은 없는거 같지만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뭉쿨한 글귀였다. 지금도 그곳을 지날때면 때때로 바뀌어가는 글귀들을 바라보는것도 즐거운 일이다. 처음 봤던 그 글귀는 시인 고은님의 '낯선 곳'이라는 시에서 따온 글귀였다. '짠'하는 감동을 느낀 후 10년만에 인터넷에 검색해 봤다.


낯선 곳 - 고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 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서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