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1월 03, 2008

낚이다.



공사 생도가 "F-15K는 살인기계" - 조선일보

위의 기사를 보고서 약간의 의문을 가지긴 했지만 그가 군장교로 임관되기에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생각이 별다른 문제를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직업군인으로써 걸어가야할 현실과 사상의 틈이 너무 커보였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자퇴 하는것이 그의 미래를 위해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졌다. 그러나 그 사건의 좀더 자세한 내막을 듣고서 좋게 표현해 '보수언론'의 '날조'에 '낚였다'는걸 알았다.

“넌 참 좋은 기계인데 요즘은 살인기계로 보여. 나는 심란해. 내가 이 기계를 몰게 될 수 있을 텐데 실수로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겠구나.”

그의 블로그에 올려진 위의 글에 누리꾼들이 찬반 댓글을 달기시작했고 기무사가 이 내용을 포착해 공사측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공사측은 3개월여의 조사와 면담끝에 그 생도를 퇴교 조치하기로 했는데 공군은 F15K를 비하해 신성한 국토방위의무를 수행 중인 다른 군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렸고 사관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퇴교 이유였다는 것이다.그래도 3개월에 걸친 조사,면담 기간이 있었던걸로 보아 일방적인 조치가 아니라, 군인의 길을 걷게 될 공사생도의 가치관 혼란에 따른 과정에서 면담 등을 취하고 서로 합의해서 퇴교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폭탄으로 '폭격'을 해야하는 이가 가질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의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를 들어 4학년 생도를 퇴교 시켰다니 우리 군의 폐쇄성과 지적수준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가 다루는 무기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게 정작 큰 문제가 아닐런지. 육,해,공군이 분리되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던 과거의 전장에서 점점 복잡해지고 합동작전이 중요해져가는 현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작전의 기본능력으로서도 다양한 상상력과 생각의 발휘는 가장 중요한 기본요소일 것이다. 사관학교라면 건강한 판단력과 행동을 위해 의문을 던지고 사유하게끔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것이 올바른 아닐까.

2차대전 말기에 일어난 드레스덴 폭격과 히로시마 원폭같은 일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고 전쟁이 있는한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너무도 확실한 역사적 사실을 애써 가리려 해봐야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에 다름 아니며 국방부의 금서 지정과 같은 조롱만 당하고 말것이다. 사관생도들이 사회와 동떨어져 살아가는 존재들도 아니고 일반적인 대학생들과 다름없는 사유를 하는것은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가치관들이 가지는 의미와 그 속에서 자기들이 걸어가는 길의 성격과 한계를 충분히 인식시켜주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정신교육'의 올바른 방법이고 사관생도를 장교답게 키우는 길일 것이다.


보수언론에서 말한 공산당 선언은 해당 생도 홈페이지에 있지도 않았고, 공군사관학교 도서관에 참고용 도서로 비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한 생도의 '자연스러운 고민'을 냉전 의식으로 멋대로 칠해 '좌파, 반전'괴물로 바꾼 기사에 내가 낚였던 것이다. 진실를 분별해 내기 위한 눈을 가지는게 아직도 요원한 일이 아닌지 스스로에게 실망을 느껴야 했다.

그 공사생도의 미래를 기원하고 싶다.

"공산당 선언의 공자도 없었다"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