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10월 09, 2008

달러 모으기.

평소 수입품을 살때 이용하는 인터넷 직구매가 '환율'의 변화를 나름대로 느끼는 방법이었다. 고가의 물건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몇십원정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나 1,500원에 육박하는 정도면 그냥 구매를 포기하는게 낳다. 10년전 생각이 떠올랐다. 환율 폭등으로 장비점마다 가격표를 두배씩 올려 놓은 모습을( 폭등전에 들여놓은 것이면서 왜 그랬는지 의아해 했었다 ). 우리나라에 위기가 닥쳤음을 나름대로 느낀 방법이었다.

그렇게 환란이 난지 10년 만에 우리는 또 다시 그때의 일이 반복되는 위기에 직면했다. 그것도 또 한나라당에 의해서. IMF의 장본인들인 한승수와 강만수를 국무총리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년간의 국민의 노력을 폄훼하고 모욕해왔다. 그런 그들이 혼란과 환란을 또다시 초래해 놓고서 아니나 다를까 모든 게 다 전 정권 탓이란다.

현재와 같은 위기발생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명박이와 소망교회 교우인 강만수는 2천억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고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줄곧 위기설을 부인해 왔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수위권에 드는 외환 보유고를 자랑한다. 외환 유동성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현재는 IMF 때와는 경제적 펀더멘털(fundamental)이 다르기 때문에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자 이 대통령과 강 장관은 위기라고 하기도 하고 아니라고 부인하기도 하다가, 급기야 강만수 장관이 위기를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금융 위기가 실물 위기로 퍼져나갈 것으로 생각되며,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집에 있는 달러를 모으자고 한다.

"취지는 십분 이해하고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하긴 어렵다. 민간 차원에서 먼저 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애당초 서민들의 힘겨운 삶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한 경제회복과 그로 인한 양극화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살림살이 나아지기'에 대한 갈망은 명박이의 '경제 살리기'를 향했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기에 이르렀다.오락가락하는 환율정책을 보면 위기에 대처하는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장관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라고 반응하는 건 사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그들이 모든게 '놈현탓'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들에게 변명할 여지를 너무 많이 주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경제살리기' 욕망이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아닐까. 세계10위의 경제대국인 나라에서 7%성장 따위의 것들은 애당초 불가능한 목표였다. 그보다 성장의 열매를 분배하는 문제로 무게중심을 옮겼어야 하는 상식을 져버렸다. 이명박은 그 불가능한 짓을 끝까지 밀어붙여달라는 요구를 받고 등장한 해결사였다. 그런 의미에서 도저히 해결이 안 될 듯한 그의 무능은 우리의 무능이며 여기서 혼란과 위기가 닥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집집마다 있는 달러를 모으자는 소리를 해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