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고 내가 당선되는 효과만으로도 내년엔 주가가 3000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실물경제를 한 사람이기 때문에 허황된 정치적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아마 임기 5년 중에 제대로만 되면 (주가가) 5000까지 가는 게 정상”이라며 747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꿈을 키워주던 명박이의 장미빛 미래는 '경제파탄 대통령' 시절 1895.05 포인트까지 올라갔던 코스피지수가 930대 포인트로 반 토막이 나면서 1997년 환란’에 버금가는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남탓 좋아하는 그가 이번 사태를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촉발됐음을 강조하는 '남탓(대외 여건)' 탓으로만 돌리는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을 모두 명박이 탓으로 돌리는건 맞지 않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가불안정은 누가 대통령이 되었건 피해갈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위기를 맞았다는데 있지 않다. 나라안밖에서 들려오는 위기 신호를 무시해오다 이제서야 상황이 심각하다는걸 깨닫고 과도하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문제이다. 풍랑이 닥쳐오고 있고 여기저기서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선장은 태평하게 괜찮다는 말만 하며 아무것도 하지않고 있다 뒤늦게 허둥지둥 키를 잡고 배를 바로 세우려는 격이다. 그마저도 제대로 하면 모를까. 혼란과 불안만 가중시키는 정책만 연달아 내놓고 있다. 다음은 명박이가 이제껏 내뱉어온 말들이다. 대통령이라는 이의 상황인식과 대응능력은 참담할 정도 이다.
9월9 일 "외환위기 때와 상황이 다르다. 어려움은 있지만 위기는 전혀 없다"
10월 7일 "현재 위기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
10월 13일 "우리가 지금 어렵긴 하지만 IMF 외환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10월 20일 "오히려 지금이 기호일 수 있다". "IMF 때는아시아만의 위기였기 때문에 우리만 정신 차리면 외국에 수출을 늘려 충문지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나, 지금은 세계 전체가 실물경기 침체로 어려운 만큼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
10월 21일 "총괄적으로 지금 상황이 IMF 위기 때보다 심각하다. 그때는 아시아만의 위기였지만 지금은 세계경제 전체가 실물경제 위기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에 우리만 회복된다고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그린스펀조차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시장 독재의 폐해를 지적하는 판에 쥐박이는 뭐가 그렇게 잘났는지 자기 잘못은 조금도 없다며 잘못된 시장 독재 정책을 계속 강행하겠다고 핏대를 올린다. 오히려 시장의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의 자유를 확대해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짖어대고 있다. 예컨대 놀랍게도 강만수 장관은 이 위급한 와중에도 종부세 완화를 계속 강행하고, 덧붙여서 양도세도 인하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주에 잇따라 발표된 건설업에 9조2000억 원의 혈세를 퍼주겠다는 것과 은행에 대해 역시 엄청난 혈세를 퍼주겠다고 한 것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돌대가리를 대통령으로 뽑고 말았을까?
문제는 그냥 소망교회에서 열심히 기도하는것이 더 어울렸을 자를 대통령자리에 앉힌 죄를 고스란이 서민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명박이는 "제가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앞장서겠다"며 "서로 믿고, 자신감을 갖고, 다함께 힘차게 나아가자"고 하면서 함께 가자고 한다. 그자가 진다고 한 '가장 무거운 짐'이 뭘까?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의 불안한 현실과 미래만큼 '가장 무거운 짐'이 있을까? 여론은 개무시한 채 상식부재, 소통부재, 막가파 식의 정치행태를 펼쳐온 그에게 그런 의미를 생각하리라 기대하는것 조차 벅찬 일이다. 명박이는 아마 지금쯤 30년지기 소망교회 교우 만수와 함께 '환난과 고통을 헤쳐'나가게 해달라는 기도나 하고 자빠져 있을 확률이 99%이다.
금요일, 10월 24, 2008
나라 말아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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