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비를 내는 제대로된 당원도 아니었고 NL,PD를 쉽게 설명할 수 있을만한 역량도 없어 민주노동당의 문제를 얘기하는게 부담스럽다. 그러나 분당또는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지는 쪽으로 대세가 굳어지고 있는 최초의 진보정당의 상태를 보면서 몇가지 느낌을 정리한다.
최근 사태의 핵심에는 민노당내의 최대 정파인 자주파가 있다. 민노당의 주요 당직자자리를 자주파 세력들이 장악한 이후 진보정당이 가야할 노선을 벗어나 현실감각을 잃은 통일운동단체와 같은 방향성을 가지게 됨으로써 빚어졌다. 급기야 대선에서 파탄으로 가고 있는 민생경제가 모든 후보들의 화두로 떠올랐을때도 뜬금없이 코리아연방제를 들고 나왔고 권영길 후보의 연설장면에서는 주한미군철수하라는 팻말을 든 이들이 서있는 모습을 봐야 했다.
그들이 말하는 북한을 비판하는 이들이 가진 논점의 핵심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을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는데 있다. 북한을 잘모르는 이들이 북한을 봉건왕조라고 규정하는 것은 난센스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은 동구권 사회주의국가들이 다 몰락했어도 여전히 버틸 수 있는 고유의 체제 비결을 가진 정체(政體)하는 것이다. 김 일성 부자 세습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해도 불가피한 면도 있는 것으로 본다( 당연하다고 볼지도 모른다 ). 북핵 역시 그러한 면이 있다고 생각을 하며 미국과 프랑스의 핵은 당연시하면서도 북한의 핵만 문제삼는 태도는 비이성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김일성의 주체사상이나 김정일의 선군정치 역시 권력구조라기보다는 정치체제로 이해하는 것이 현명하며 선군정치의 혜택을 남한이 입고 있다는 말까지 한다.
결국 북한은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고 그들만의 특별한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문제는 이런 시각이 대상이 북한일때에만 통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만약 일본이 핵무장을 하거나 대만이 핵무장을 해 동북아시아에 전운이 감돌게 되어도 그들은 똑 같은 말을 할것인가? 절대 아니다. 오로지 대상이 북한일 때에만 그런 시각을 가진다. 북한주민 수백만명이 굶어죽고 기아에 허덕여도 그들을 잘모르면 함부로 지껄이지 말고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해야 하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가져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굶어죽고 국경을 건너다 총에 맞아 죽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는 없는것일까?
그런식으로 북한을 이해하니 군사독재보다 심한 국민통제를 하는 선군정치와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신격화를 인정하는건 상식이고 북한에서 벌어지는 온갖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모두 그들 입장에서 이해되어야 하고 인정해야 하는 문제가 되버린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세우다 맞은 참패를 맞은 대선과 그들 정파로 인해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어떠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노당은 자정능력을 잃은 것이다. 자주파들은 그들을 비판하고 더이상희 희망을 발견할 수 없어 결별을 주장하는 이들을 온갖 저주를 퍼우으며 비난하고 있다. 비판의 핵심사항들은 부각시키지 않고 당을 떠나려는 그들을 파국을 일으키고 있는 주범으로 몰아 가고 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민노당에서 그들에 대한 분별력을 가지게 된것도 최근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민노당내에 정파라는게 있는지도 몰랐고 비이성적인 반공주의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니 어느정도 친북한 적인 성향의 사람들 이겠거니 하는 정도로만 여겼었다. 그러나 몇몇 일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보여준 민노당내의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며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었다. 북한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형편없이 무뎌져 버리는 비판의 날이 왜 생기는지 이해하게 된 것이었다.
첫번째 일은 2차 서해교전이 있고난후 민노당의 반응이었다. NLL의 합법성은 차지하고서라도 실질적인 경계선 역할을 해오던 곳에서 선제공격으로 인해 양측에 무모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북한 군부의 위험하고 무모한 군사도발에 대한 비판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NLL이 그렇게 그어져 있기에 NLL에 책임이 있다는 말만 무성했다. 북한의 도발을 비판하는 논조에 대해 한 논객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존중한다는 비야냥 섞인 말로 비난 받아야 했다. 그때 나는 내 생각의 중심을 잡기 어려웠다. 속으로 당연히 드는 의구심을 괸히 무식이 탄로날까봐 속으로만 참고 말아야 했던 학생때의 기분이 생각났다.
두번째 일은 "일심회"사건으로 알려진 사건 이었다. 민노당내의 당직자가 당내 주요정보를 선이 닿은 북한으로 보낸 일이었다. 그때도 문제의 과녘은 그 당직자가 아니라 엉뚱 하게도 국가 보안법이었다. 북한이 아닌 다른 정당, 단체로 정보를 빼돌렸다해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닐것이다. 그러나 보안법의 횡포 운운하며 엉뚱한 방향으로 비난의 화살을 쏟는 모습을 보며 정상적인 사고마저 힘든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국정원이 5,6공 처럼 고문을 하면서 허위자백을 강요했던것도 아니고 증거를 가지고 맞냐 안맞냐를 따졌는데 뜬금없는 국가 보안법이 문제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꼭 발포의 책임이 북한해군에 있는 것이 아니라 NLL에 있다고 한것과 참으로 흡사한 모양새다.
세번째 일은 북한의 핵실험후에 민노당내에서 보여주었던 일련의 반응들이었다. 핵무기는 진보세력에서 절대 용납해서는 안되는 물건이다. 그런데 북한에서 핵실험을 했다. 다른나라의 핵은 문제삼지 않으면서 북한의 핵실험만 문제삼는냐는 것이다. 그러나 핵무기에 나쁜 핵무기 착한 핵무기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북한이 가지는 핵무기는 미국을 공격할 무기가 아니라 남한을 볼모로 삼고 미국과의 협상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 오히려 같은 민족이라고 외치는 남한 국민을 핵전쟁의 볼모로 잡고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아주 비열한 행동으로 비난 받아야 한다. 민노당내에서는 북한의 핵실험과 함께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과 핵공격 압력을 같이 비판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른바 핵자위권 논리에 묵살되고 말았다. 기존에 있었던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있었다고 핵실험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모든 핵무기는 폐기의 수순을 밟아 나가야 하는 것이 순리이다. 북한의 핵보유가 어느정도 기정사실화 되어갈때 부터 반전반핵이라는 구호는 반전평화라는 말로 바뀌었던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편향적 친북행위로 일관하고 있는 특정 정파의 패권주의가 판을 치는한 민노당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나온 학교도 NL계열이 장악하고 있는 학생회가 있었다. 운동권에 있던 주변 사람들이 권했던 책과 이른바 학습내용들이 지금의 자주파들이 하는 말과 거의 일치하고 있었다.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들이었다. 은연중에 그들의 생각에 동조를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위에서 말한 일들을 겪으면서 분별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 알고 지내던 학생회장에 대한 뒷담화를 들은적이 있었다. TV를 보던중 뉴스에 김일성이가 나오니 벌떡 일어나 손을 들어 경례를 했다는 얘기였다. 그때는 설마 했던 그이야기가 최근 민노당에서 보여주고 있는 자주파의 모습을 본다면 사실이었구나 하는 확신이 생긴다.
분당이나 새로운 진보정당의 창당은 최초의 진보정당이 와해되는 진보세력의 커다란 손실일 것이다. 주제넘는 소리지만 갈라서는게 나을거 같으면 갈라서야 한다.
수구꼴통 돕는 분열선동, 당장 멈춰라
"권영길을 가미가제 만든 책임 안 지나"
목요일, 1월 31, 2008
민주노동당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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