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월 28, 2008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주말에 나들이겸 삼청동을 다녀왔다. 그곳에 있는 금융연수원도 지나치게 되었는데 인수위원회가 일을 보고 있어서인지 많은 경찰들이 서있었다. 편한 마음으로 나온 길에 위압적으로 서있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는게 마음 편하지는 않았다.

인수위원회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보면 권력을 획득한 이들의 의욕과잉이라는 말로는 우왕좌왕 하는 그들의 모습을 설명할 수 없을거 같다. 인수위의 혼란스러운 모습은 그들이 국가를 다스릴 기본적인 자질은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애당초 이명박 당선인에 대해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일을 밀어붙이는 능력 외에 별다른 국가 지도자로써의 철학적인 사유가 없어 보인 사람인데다 일반인 이었으면 벌써 매장되고도 남았을 불법과 의혹으로 점철된 이력 때문이었다. 그런 의혹과 부정들은 자기 합리화와 입에 발린 사과를 반복한 립써비스와 근거도 없어 보이는 경제살리기라는 구호에 매몰되다시피한 여론의 힘으로 모든 부정은 뒤덮임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에게 무슨 기대를 걸 수 있을까.

그러나 전국민에게 직접 영향이 가는 무모한 정책들을 뜬금없이 뱉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백지화를 말하는 모습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번 영어 심화 학습론의 경우에는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와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 있는 교육에까지 자본의 논리와 즉흥적인 생각을 정책이랍시고 들이미는 모습이 황당맞기 그지 없다.

간단하게 생각해도 어떤 일의 계획과 실현을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다. 먼저 일을 추진해야할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통해 기본적인 방향수립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의 진행을 위해서 현재 상황의 파악과 변화에 드는 노력과 시간, 문제점들을 파악하는건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기초적인 문제들이다.

그러나 인수위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말과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초적인 절차도 모르고 말을 하는듯한 일들을 정책이라고 내놓고 있는 인수위원회의 행태들을 보면 도대체 기본적인 사고능력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백보 후퇴해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고 실제 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일단 접어도 그렇다. 영어와 관련된 필요이상의 교육열과 잘못된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으나 일단 접어 두고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당연한 필요성이 있다는 가정에서 생각해 봐도 그렇다.

영어심화를 위해서는 준비할게 뭐가 있는지는 언뜻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만큼이라도 생각을 그들은 했을까?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현재의 교사들을 그들의 교과목을 영어로 가르칠 수 있게 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2. 현재의 임용고시를 보는 학생들을 영어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로 선발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3. 현재의 학생들이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가려면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말로 가르쳐도 이해하기 힘든 교과내용들을 어떻게 영어로 가르치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대학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어떤 계산이 있었어야 한다. 뭐가 얼마나 필요할지 아무런 대책과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2010년 부터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하는건 대체 어떤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것일까. 심지어는 영어를 잘할 경우 병역혜택까지 줘서 학생들을 가르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쯤되면 신성한 병역의 의무라는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와 똑같은 말이된다. 병역면제자의 발상답다. ). 학생을 가르치기 위한 교사의 기본자질에 대한 문제와 고민은 어디에도 없다. 학교와 학원의 경계까지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야 아무런 생각 없이 툭 내뱉어 놓고 나몰라라 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그 피해를 일반 국민들이 오롯이 짊어져야 한다는데 있다. 그 사람들의 자식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했을 것이고 직접적인 피해를 볼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대통력직을 수행하고서도 물러나면 전임자로써의 온갖 혜택은 모두 입게 된다. 결국 피해는 학생들, 교사들, 학부모들이 지게 된다. 그 수습도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다. 저지른놈 따로, 수습하는 놈따로의 양상은 계속해서 반복 되는 것이다. 태안 앞바다에서 벌어진 석유 유출 사고에서 보듯이 저지른놈 따로 수습하는놈 따로인 세상돌아가는 모양새는 여기서도 똑 같이 벌어지는 것이다.

오늘 아침 뉴스에 영어심화학습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했단다. 참 잘들 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