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2월 26, 2008

누가 달을 만들었을까?


달의 크기는 태양의 400분의 1이다.
달은 태양보다 400배 더 지구에 가깝다.
달은 하루에 400Km씩 회전한다.

달의 둘레에 지구의 둘레를 곱하면 436,669,140Km가 된다. 그리고 이 값을 100으로 나누면 436,699Km, 즉 99.9% 정확하게 태양의 둘레가 나온다. 태양의 둘레를 달의 둘레로 나누고 여기에 100을 곱하면 극지방에서의 지구 둘레가 나온다. 태양의 크기를 지구의 크기로 나누고 100을 곱하면 달의 크기가 된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구는 하루에 40,000Km씩 회전하며 달은 그보다 거의 정확하게 100배 적게 회전한다. 달은 지구 주위 궤도를 도는 동안 늘 한면만을 지구로 향한다. 게다가 그 평균 거리는 적도 자전 속도가 정확히 지구일의 1%일 만큼 떨어져 있다. 이 수치들은 모두 확인 가능하며 논란의 여지가 없다. 어떻게 이 모든 일이 우연일 수 있겠는가? ...

교보문고의 서가에서 이책을 처음 봤을때 좀 뜬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UFO나 외계문명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제목이 왠지 판타지 소설과 같은 수준의 이야기로 보였고 13,000원의 책값을 지불해가면서까지 보고 싶은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책을 다시 만났던건 매달 참석했던 모임 장소 근처의 헌책방이었다. 그곳에서도 처음에는 선택에서 빠졌었다. 그리고 다음달 모임때 다시 그곳을 찾았을때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래서 몇권의 책과 함께 샀다.

지구에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많다. 과학으로 접근하고 설명하는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 되지만 인간이 이룩한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것들이 많다. 달생성의 기원에 대해서도 주로 논의되는 몇가지 이론이 있지만 그 논리가 가진 헛점들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어떤 지적인 존재가 달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와 비교해도 논리적 완성도에서 별반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외계/지적인 존재가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과학이라는 테두리에서 생각하고 살아가도록 교육받은 이들에게는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우주에서 우리만 있고 우리가 알아낸 과학이외의 것들은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우주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넓고 우리 뿐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이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위해 나노기술과 양자론을 끌어오고,시간초월을 위한 '타키온'의 존재, 공간초월을 위한 '양자얽힘'현상을 언급해 나간다.

저자는 달이 지구에 얼마나 중요한 역활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특히 금성과 화성과의 비교를 통해 지구와 달의 중력이 서로 일정하게 끌어주는 과정에서 지구의 각도를 22.5도의 기울기를 갖게 하고 이로써 계절의 변화와 고등생물의 생존과 진화를 가능하게 한 점과 지구의 '판구조운동'에 결정적 역활을 함으로써 지구 전체가 수중속에 있지 않고 육지와 산맥을 형성하여 역시 지적인 생명체의 진화를 돕게 되었다. 그리고 지구의 지적인 존재가 과학적인 발전을 이룩할때쯤 그들은 메세지를 남겼는데 달과 지구, 태양과의 놀랍도록 일치하는 십진법의 관계가 그들이 남긴 메세지일지도 모른다는 논리를 편다.

저자의 논리를 받아들이고 아니고를 떠나 현상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BBC의 공룡에 대한 프로그램의 시그널 화면에서 공룡들의 뒷편으로 지나가던 달의 모습을 보며 느꼈던 묘한 감정의 근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이를 설득하거나 설명한다는 것이 어떤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의구심을 잔뜩 안고서 읽어 나갔으나 때론 기발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명에 의구심도 점점 누그러져 갔다.

책을 읽는동안 평소 좀처음 느끼지 못했던 달의 기운을 세번 정도 겪었다. 지방을 내려가면서 차창밖으로 달이 휘영차게 떠있었다. 찻길 방향이 바뀔때까지 계속 바라보고 있는거 같았다. 그리고 돌아오는날 새벽에 집으로 들어서는 복도 가득히 달빛이 차있었다. 마지막은 퇴근길이었다. 전철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는데 대보름날의 달빛이 기가막힌 풍경으로 집으로 가는길을 비추고 있었다. 달에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유달리 관심이 갔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것도 기가 막힌 우연이었을까?

크리스토퍼 나이트, 앨런 버틀러 공저 / 채은진 옮김. 말글빛냄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