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2월 14, 2008

평양에 태극기는 안된다?

다음달 26일 평양에서 열리는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남북한전에서 태극기와 애국가의 사용여부를 놓고 북한에서 그들다운 반응을 보였다.

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 악마’는 13일 홈페이지(www.reddevil.or.kr)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시아지역 3차 예선 2차전 한국-북한의 평양 경기에 기존 응원 방식을 보장받지 않으면 참가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붉은 악마 운영위원회는 “한국과 적대적인 나라, 험악한 지역을 막론하고 원정을 다녔고 일관된 방식의 응원을 진행했다. 응원을 위해서는 국호를 외치는 것과 태극기 등 국가 상징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이며 이는 붉은 악마의 전통이다. 우리의 전통을 구속하는 원정 응원은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언론들이 전한 바로는 지난 5일 개성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전 실무협의에서 북측 대표들은 태극기와 애국가 대신 한반도기와 아리랑을 사용하자고 강력히 주장했다고 하는데 아울러 남측이 제안한 1천명 규모의 민간응원단( 붉은악마 ) 방북과 대규모 기자단 파견에 대해서도 난색을 보인 모양이다.

그런데 왜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는 인공기를 걸었는데 북한의 평양에는 태극기를 걸 수 없는가?

북측이 내세운 이유는 굳이 태극기와 애국가를 사용해 대결구도를 조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월드컵 등 국제축구경기가 민족의 제전이 되기보다는 민족의 각축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만만찮기 때문에 같은 민족끼리 '국가적 개별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그러나 충돌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남측의 민간응원단 방북을 불허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북측 주장의 진면목을 보게 한다. A매치 경기에서 소속국가의 국기와 국가를 사용하는건 FIFA규정에도 나와 있는 상식적인 규칙인데 월드컵 지역예선과 같은 단순한 경기에서 조차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들먹이며 단순한 룰을 어기려는 이유는 뭘까.

실무회의에 참석한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북측 대표가 "공화국 역사상 태극기가 하늘에 나부끼고 애국가가 울린 적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북한은 남한을 실체로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남한을 아직도 미국의 괴뢰 정권 정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좋다. 남한이 미국의 괴뢰정권이라고 치자. 그런 괴뢰정권에게 쌀이며 연료 등등의 생필품과 주식조차 해결하지 못해서 구걸행각을 펼쳤던 북한은 뭐하는 나라인가? 왜 북한은 남한을 인정하지 못하는걸까?

나를 인정하지 않는 상대방과 무슨 민족과 통일을 들먹이고 무슨 미래를 기대한다는 말인가? 태극기가 평양에 걸리는게 그렇게도 큰 문제라는 말인가? 더 이상 북한에 구걸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축구 게임 하나 하는데 정치적인 논의가 필요한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과연 지구촌 어디에서 태극기를 거는데 이렇게 자존심 상하게 구걸하는 나라가 어디 또 있단 말인가? 나를 인정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더 이상의 대화 시도는 대화가 아니라 구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