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BBK 수사 발표가 있었다. 이미 그들이 재계, 정치세력의 손바닥위에서 놀고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번 발표내용은 너무 화가 났다.
검찰 수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법리적 판단의 대상이 아닌 도덕적 논란의 문제들까지 충분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불과 20일이란 짧은 조사를 통해 서둘러 무혐의라는 판정을 내린 데 있다.
거짓말 논란의 핵심 사안인 ㈜다스의 실소유자, 그리고 도곡동 땅 주인 문제의 처리가 대표적이다.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도곡동 땅 주인이 아닌 이명박 후보의 형 이상은씨가 남의 땅 판 돈을 다스에 갖다 쓴 것이 된다. 검찰은 지난 8월 도곡땅 주인이 이상은씨가 아닌 제3자라고 판단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의 땅도 아닌 제3자의 돈을 자신의 증자 대금으로 집어넣었는데, 제3자가 누군지를 밝히지 않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검찰은 도곡동 땅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끝내 비켜갔다. 이 후보의 다스 소유 의혹에 대해서도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화끈하게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검찰이 왜 유독 이들 부분에서는 어물쩍 넘어갔는지 궁금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장춘 전 필리핀 대사는 이명박 후보로부터 이 후보가 비비케이의 대표라고 적힌 명함을 직접 받았다고 증언했지만 검찰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또 이 후보는 7년 전 비비케이 사업을 시작했을 무렵,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비비케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눈을 감았다.
검찰 수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검찰 수사의 생명은 공정성과 신뢰 확보에 있을 것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에서 법적인 책임과 도덕적 책임 부분을 명확하게 가려서 판단을 해야 했다.
검찰은 더 나올 게 없다고 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고 했지만, 과연 그게 최선이었는지는 양식있는 사람이라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발표내용이다. 증거가 불충분한 부분은 결론을 유보한 채 추후 보강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신중한 결론을 내려야 했다. 그랬더라면 수사 결과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이 도덕적 논란을 포함해 모든 의혹들에 대해 결론을 내리려 했다면 적어도 이 후보와 그의 형 이상은씨를 불러 충분한 조사를 해야 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이 후보에 대한 서면 조사 두 차례로 그가 직면하고 있는 도덕적 논란들이 모두 무혐의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누가 그것을 믿겠는가?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유력한 대권주자의 호감을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이미 실추된 그들의 명예를 아예 땅에 파묻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목요일, 12월 06, 2007
김경준, 귀신과 일을 벌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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