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2월 05, 2007

경제 살리기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명박 후보의 최후의 걸림돌로 보이던 BBK 사건의 중간 발표가 있었다. 예상과 다르지 않게 이명박 후보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다른 대선후보들은 수사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발표를 했고 신당은 수사과정에 대한 특검까지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위장취업, 위장전입, 친인척들에 대한 부동산 개발 정보 누설 등 한국가의 대표자로써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을 저질렀는데도 40%대의 확고한 지지율은 변함이 없다. 이제 검찰의 면죄부까지 주어졌으므로 그의 대선의 승리는 확정적으로 보인다.

일반인이 저질렀다면 절대 용납되지 않을 도덕적, 법률적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그토록 인기를 구가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내세우고 있는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에 있다. 문제가 있는건 알지만 경제만 살려 준다면 무방하다는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두 아들의 병역문제 때문에( 이명박과 비교하면 문제거리도 아닌거 같다 ) 많은 표를 잃고 대선에서 패해야 했던 이회창 후보는 도덕성을 이미지로 들고 나왔던 상황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야 했지만 경제살리기라는 화두를 들고 나온 이명박에게 도덕성 문제 따위는 애당초 고려사항이 되지 않고 피해도 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 만큼 이명박에 대한 경제부흥의 기대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TV에서 봤던 이명박 후보 지지연설자는 시간 내내 이명박이면 경제를 살려서 서민들이 살만하게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는 어떤 상황일까?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경제가 그 전보다 바닥으로 곤두박질 떨어지고 있는 걸까? 그래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 지고 있는걸까? 이런 간단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자료를 찾아 봐도 우리나라 경제가 파탄났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참여정부들어 역사상 최고의 주가 상승, 국가신용도 향상, 외환보유고 증가, 한미FTA체결로 수출기업 살리기 성공, 대국민 정부서비스의 획기적 질적향상을 이룬 전자정부 완벽구현 등 성공적으로 국정운영을 집행했다. 주가상승, 국가신용도향상, 외환보유고증가, 국가부채감소 등은 역대 정권 비교 최고수준이고, 자주국방-자주통일 노선 때문에 미국 양키들과 다소간의 불협화음이 다소 있지만 ( 미국이 해달라고 하는데로 다 해주면서 그정도 반대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는다면 그게 어디 나라라고 부를 수 있을까? ) 이라크파병 등 강력한 동맹국인 대미외교의 안정적 강화를 이룬 정권으로 부를 수 밖에 없다.

참여정부는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지지에 의해 생겨난 정권이다. 대통령과 정책입안자들은 그런 철학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었으며 오히려 보수세력들이 원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음으로써 지지했던 이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 주었다. 요즘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기업활동의 결과로 생기는 이익들이 노동자들에게까지 골고루 돌아가는게 아니라 일부 계층으로의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판단일 것이다. 일반 서민들은 경제성장의 과실들을 맛볼 수 없으며 그래서 더욱더 양극화가 깊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참여정부들어 더욱 심해지고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좋은예로 비정규직 법안의 통과와 한미FTA의 졸속추진을 들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실질성장률은 4.5% 수준이다. 반면 잠재성장률은 4.9%이다. 대한민국이 보유한 모든 자본과 노동, 기술을 투여해서 가능한 최대 성장치와 실제성장치의 차이가 0.4% 포인트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즉,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도 5% 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경제성장은 노동의 숙련도, 자본스톡의 투자증대, 기술혁신, 연구개발과 같은 변수에 의해 견인되는 것이지 대통령이 시민들이나 노동자들을 윽박지른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1%이상 오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차라리 허경영 후보가 말하는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는 세금들을 확실하게 받아내 모든 신혼부부들에게 1억원씩 주겠다는 공약이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과정중에 생겨난게 경제이지 경제를 위해 나라가 존재하거나 국민이 있는건 아니다. 대통령은 경제뿐만아니라 국가의 전반적인 분야들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정책을 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처럼 먼지 정도가 아니라 매연에 썩은 냄새까지 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그의 뻔뻔함이 무섭고 그걸 용인 해주는 사회가 무섭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절반 가까운 지지를 보내고 있는 이 사회가 무섭다.

근거 희박한 경제살리기라는 말에 현혹되어 도덕적, 법률적 가치들이 폄하되어 나라의 기강이 흔들리는 선택을 하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 경제살리기 때문에 판단력이 마비되고 도덕적 가치들이 무시되는 사회라면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 사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