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났다. 예상했던데로 결과나 나왔기에 별다른 감흥은 일지 않고 쓴웃음만 나왔다. 지난 10년동안 민주화 세력과 개혁성향의 세력이 정권을 잡았지만 정작 그들의 지지기반이었던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뒷전으로 밀고 기득권 세력과 타협을 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책들을 이어갔다. 과거의 운동권 출신의 정치인들은 고관대작의 생활에 안주했다.
민주화 뒤 ‘구조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시민들이 외환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면서 양적인 생산 능력에 따라 줄을 세우는 전도된 가치 체계를 우리 사회는 대책 없이 수용했다. 이런 흐름을 저지해야 할 이른바 민주화 세력, 양심 세력들도 무방비 상태로 욕망의 대열에 동참했다. 이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낳았고, 민주화 세력에 대한 배신의 느낌과 결합되면서 대선 분위기가 ‘돈’과 ‘성공’의 이미지를 띤 이명박 쪽으로 쏠리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민주화 정권이 들어선 이후의 서민, 노동자들의 생활은 치닫는 양극화로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번 선거는 이로 인한 민심 이반의 결과였던 것이고 민주·개혁 세력에 대한 실망과 반감이 어우러진 민심은 후보의 범죄적 과거를 묻지 않는 극단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
문득 이번 대선의 최대 수혜자는 삼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노무현이 연기시켜주었던 금산분리법을 완화를 주장하던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이명박은 삼성특검을 반대하던 유일한 후보였었다. 전 정통부장관이었던 진대제의 이명박캠프 합류때 양식도 신념도 없는 저런 인물을 노무현 정부는 최장수 장관으로 기용하고 있었구나 했었지만 이또한 삼성의 노련한 작전이 아닌가 하는데까지 생각이 다다랐다.
결국 삼성특검은 흐지부지 되고 금산분리법까지 삼성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리되어가지 않을까. 김용철 변호사의 용기있는 증언으로 우리사회의 치명적인 모순을 고칠수 있었던 기회는 물거품이 되고 말지 걱정이 든다. 자본과 권력의 유착은 더욱 고착화 되어 이명박의 말대로 "기업하기 좋은나라"가 되어 대다수의 서민들은 더욱 고착된 고용불안과 깊어지는 양극화로 인한 고통을 겪어야 하는건 아닐까.
오늘 이랜드 노조간부 43명이 집단 해고 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과연 그가 말하는 경제 살리기, 존경하는 국민에 그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는 건지 모르겠다. 교과서 대로의 공산국가가 아닌 다음에야 모두가 똑같이 잘살고 이익을 볼 수는 없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그 말에 비정규직,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이익도 포함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런 일들이야 모두 존경하는 국민을 위하겠다는 전임 대통령들때도 일어났던 일들이기에 특별날것도 없다.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건 내년초부터 진행하겠다는 경부운하 사업이다. 청계천 복원사업때처럼 타당성 검토, 합리적 계획, 의견수렴, 영향평가 등 형식적 요건에 불과한 절차를 거쳐 전문성을 이유로 일반 시민의 참여가 제한된 채 관료와 전문가 중심으로 진행되지나 않을지. 태안앞바다에서의 기름유출로 인한 피해복구에서 석유를 닦아내는 퍼포먼스를 벌이던 그가 국를 동강내고 구조적으로 파괴시켜놓을 그 사업을 또 그때처럼 막무가내로 진행시키지나 않을지. 분명 그럴테지만 제발 이것만큼은 막아내고 싶다.
목요일, 12월 20, 2007
2007년 대선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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