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9월 11, 2009

특전 U보트( Das Boot )


이 영화를 처음 봤던게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없는 용돈을 억지로 만들어 친구와 같이 영화관을 찾았다. 순전히 프라모델로 만들었던 U보트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보러 갔던 영화였다. 그러나 영화는 당시 TV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던 '전투'나 2차 대전영화와 같이 단순히 적군과 아군이 싸우는 단순한 구조의 내용이 아니어서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U보트가 연합군의 구축함에 속절없이 당하다가 결국 침몰하고 마는 모습을 보고서는 영화전 신났던 마음마저 침울하게 변해서 극장을 나서야 했었다. 얼마전 EBS에서 이 영화를 방송하는걸 다시 봤다. 그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장면들의 이해를 통해 심란한 마음으로 극장문을 나섰던 마음을 이해 하게 되었다. 입구에서 괜히 초등학생들을 막아섰던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장면이 있다. U보트가 연합군측 상선 세척을 향해 연달아 어뢰를 명중 시킨다. 곧 반격에 나선 연합군의 구축을 피해 잠수를 한다. 6시간 동안 연합군 구축함의 추격을 무사히 피한 U보트는 그들이 공격한 상선의 피해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부상한다. 그러나 세척중 한척이 여전히 불이 붙은채 그곳에 있었다. 침몰할거 같지 않은 그 유조선을 향해 다시 어뢰를 발사한다. 배위에서 그때까지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선원들이 바다에 뛰어 들며 그들을 격침시킨 U보트를 향해 살려달라며 헤엄쳐 오기 시작하지만 함장은 더이상의 인원을 수용할 여력이 없다며 구조를 하지 않는다. U보트는 아군과 적군 모두에게 버림받은 선원들을 애써 외면하며 무거운 분위기속에서 그곳을 벗어난다.

그 장면에서 또 다른 전쟁영화 씬 레드 라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일본군이 점령하고 있는 곳을 향해 가던 미군들 앞으로 원주민 한명이 아무런 상관도 관심도 없는듯한 모습으로 터벅터벅 지나가던 그 장면. 전쟁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성스러운 것이라 정치가들은 선동하지만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에서 개별 구성원들은 전쟁의 부속물에 불과하다. 누가 점령군이던 상관없는 원주민이 미군앞을 무심히 지나가는 모습처럼 전투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닌 나머지 '전쟁 부속물'들의 사정따위는 애당초 관심밖의 일이다. 연합군측의 상선이 침몰을 보면서도 구조를 하지 않았던 구축함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그때까지 봐오던 2차대전 영화속의 독일군은 연합군 앞에서 추풍낙엽같은 존재이거나 감정이입의 여지가 없는 모습으로 그려졌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특별히 '어느편'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독일군이던 아니던( 연합군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 잠수함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쟁 수행의 모습을 통해 전쟁과 개인의 의미를 짚어 보게하는 수작으로 평가하고 싶다.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는 즐거움, 나이 먹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