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5월 09, 2008

광우병 사태 - 100분 토론 소감.

이번주 문화방송의 <100분>은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다음날 새벽 지방에 내려 갈일이 있어 일찍 잘 필요가 있었지만 정부측 논객들이 하는 말을 몇마디 듣다 보니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고 끝까지 지켜봤다.

정부측은 처음부터 반대론을 '과학적'이라는 말로 누를 작전을 가졌던 모양이었다.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말로 누르려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러나 토론 결과는 정부의 완패였다. 기존 두 차례에 걸쳐 열린 기자 회견의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부 측 설명에 반대 측 전문가는 물론 시민패널, 시청자의 날카로운 문제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토론 중간쯤에 있었던 미국에 사는 한인 주부라고 밝힌 이선영 씨의 전화통화는 승패를 결정짓는 분수령이었다. 미국에서는 아무 걱정없이 먹고 있는 소고기가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 '비과학'적인 유언비어로 불안해 한다는 정부 측 입장에 결정타를 먹이는 통쾌한 이야기였다.

통화내용의 일부를 발췌했다.

"미국에 사는 한인 주부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한인 주부들이 오늘 토론을 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얼마 전에 일부 한인단체장들이 미국 쇠고기는 다 먹고 있고 안전한 거라는 발언을 해서 적지 않은 파장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실제 미국에 사는 250만 한인 교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입장은 그분들과는 매우 다르다. 그래서 이번에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저희는 아무런 정치적 근거가 없는 평범한 주부들이었다. 그런데, 저희가 이러고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미국에 사는 한인 주부들 모임 사이트에서 모여서 성명서 초안을 만들었다. 전 미국, 캐나다까지 포함이다.

지금 미국산 쇠고기가 자국 내에서 안전하게 먹고 있다는 말은 사실과는 상당히 다르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대다수 90% 이상 유통되는 소는 24개월 미만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것과 다른 소(30개월 이상)가 한국에 들어가는데 이것이 같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 24개월 미만이라는 소도 관심 갖고 살펴보면 많은 분들이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육골분 사료를 먹지 않은 소만 구입하려고 방향을 바꿔가고 있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없이 똑같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정부의 발언에 굉장히 당혹스럽다." (이선영 씨)


2MB는 “(논란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에프티에이(FTA·한-미 자유무역협정)를 반대하는 사람들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을 때 정부는 사실 한우농가 대책을 놓고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광우병 얘기로 가더라”며 이렇게 말했다는데 역시 2MB다운 상황인식의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최근의 민심 동요를 순수한 먹거리 걱정보다는, 정치적 의도와 연결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FTA는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나눠지는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먹거리 문제의 불안함이 그런 경제적인 이해관계와 왜 연관을 짓는가. 참새 머리의 1/10만 생각을 했어도 둘을 연관짓지 않았을 것이다.

퇴임을 목전에 둔 부시앞에서 아무런 논의도 절차도 없이 덜컥 수입개방을 한 그들이 입만열면 ‘근거 없는 선동’과 ‘인터넷 여론의 편향성’ 탓으로 돌린다. 자신의 책임은 다하지 않고 ‘아둔한 국민’을 질책하는 오만한 모습이다.



불안한 먹거리에 대해 불안감을 표출하고 길거리에 쏟아져 나온 어린 학생들을 두고 ‘판단력이 미숙한’아이들 이라며 염려를 표했다. 과연 그럴까? 국민의 건강과 생명 따위는 내팽겨친 시장주의 탈리반으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는 세력들이 내놓은 반론들 중에 귀담을 만한 건 딱 한 가지 있었다. ‘한우도 위험하다’ 거기까진 좋다. 그래서? 어차피 한우도 위험하니 미국쇠고기 전면 개방하자? 질병이 있으니 질병을 적극 수입하자? 이게 성숙한 판단력인가? 판단력이 미숙한 건 2MB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