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2월 19, 2006

보이저호

어릴적 여름 저녁이면 아버지와 나는 더위를 피해 옥상에 만들어 놓은 자리에서 밤하늘을 보며 한참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곤 했었다. 가로등도 별로 없었고 밤이면 필요한 불 이외에는 밝히지 않을 때여서 밤하늘은 은하수가 보일정도로 맑은 천체과학관이 되었었다.물리학이 전공이셨던 아버지는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 나오는 이야기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참 많이도 해주셨었다. 한참 우주를 여행하고 있는 보이저호가 명왕성을 벗어날때 쯤이면 내가 가졌던 우주비행사에의 설레이던 꿈을 함께 키웠다.

그때는 PC통신은 물론이고 PC의 개념도 자리잡기 전이었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불과 일반인들에게 판매되는 컴퓨터들도 몇년만 지나면 비교가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발전한 요즘의 기술을 생각하면 보이저호에 적용된 컴퓨터나 기술들은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이상 미지의 세계를 비행하며 계속 새로운 소식을 전해줄 것이라고 하니 사람과 기술발전 관계의 의미를 다시 생각 하게 한다. 어쩌면 과학이 대단하게 발전한 부분은 생각외로 없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부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는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개념을 넘어서고 있지는 못하는거 같다.

과학적인 사고와 통찰력에 의해 만들어진 30년전의 우주선에서 지금도 유용한 정보를 기대하고 있다니 만들었던 사람들의 노력과 기술에 경이로움 마저 느낀다.

우주비행사의 꿈은 접었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보이저호의 소식은 묻혀있던 꿈들이 세월의 먼지를 툭툭 틀고 일어나 다가옴을 느낀다. 우주의 끝을 생각하면서 영원의 개념을 가늠했던 그때의 설레임은 삶의 무게를 잠시라도 0으로 되돌려 주곤 한다.

보이저호에 대한 내용들을 수집해서 정리했다.


구상

미국은 1963년 외행성으로 탐사선을 보내는 그랜드투어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1백75년만에 한번씩 생기는 외행성의 배열을 이용해 여러 개의 외행성을 탐험하기 위해 수립된 것이다. 태양계에는 9개의 큰 행성과 수많은 소행성, 혜성, 유성 등이 있다. 이 중 지구보다 안쪽에 있는 궤도를 도는 행성을 내행성, 그리고 밖에 있는 궤도를 도는 행성을 외행성이라 한다. 천문학자들은 1976년과 1980년대 사이에 태양계의 행성 가운데 화성의 바깥쪽에 있는 5개의 외행성, 즉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 비스듬한 일직선상에 놓인다는 것을 알게됐고 이때에 탐사선을 발사한다면 하나의 탐사선으로 여러 개의 외행성을 탐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보이저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앞서말한 그랜드 투어 계획의 일환으로 발사된 우주선이었다. 175년 만에 찾아온 하늘이 준 기회를 잡기 위해 미항공우주국은 큰 탐사선을 만들어 발사하려 하였으나, 예산부족으로 계획은 크게 축소 되었고, 토성까지만 비행하는 2대의 쌍둥이 탐사선을 제작하였고 이게 보이저호였다.

우주의 끝을 향해가는 긴 우주 여행을 사람이 할 수 없다. 그리고 조금 먼 행성까지 가더라도 지구까니는 몇시간씩 걸리는 통신시간동안 때문에 우주선에 문제가 생길경우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개념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어야 했다. 지구에서 문제를 감지했을 때는 이미 문제가 생기고 한참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보이저호에는 두 대의 사령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다. 이 컴퓨터들은 우주 비행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능과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보이저호에는 모두 여섯 대의 컴퓨터가 장치되어 있다. 우주선의 선장 노릇을 하는 두 대의 사령 컴퓨터, 우주선의 자세를 바로잡아주는 두 대의 자세 제어 컴퓨터, 그리고 사진을 찍고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하는 두 대의 컴퓨터가 있다. 사령 컴퓨터는 만약의 경우 스스로 고칠 수 없는 고장이 일어나면 다른 한 대가 대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두 대가 장치되어 있다.

발사 와 항해

NASA의 보이저계획에 따라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에 발사되고, 보이저 2호는 1977년 8월에 발사되었다. 비행시작 6개월전 보이저란 이름을 단 쌍둥이 중에서 동생 보이저 2호가 먼저 발사됐고, 보이저 1호는 2차례 발사 연기 끝에 9월 5일 지구를 떠났다. 보이저1호는 2호의 비행경험 덕에 더 효율적인 궤도를 찾아 앞서 나갈 수 있었다.

외행성의 배치는 이상적이었으나 해왕성까지 탐사선을 보내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었다. 우주선을 가속시켜 빠른 속도를 얻지 못한다면 천왕성이나 해왕성까지 가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고 이들을 관측할 수 있는 때를 놓쳐버릴 수도 있었다.


문제의 해결책이 바로 비행 중간에 목성의 큰 중력을 이용해 탐사선의 속도를 크게 가속시키면서 또한 비행방향도 바꾸어주는 것이었다. 나사는 우선 본격적인 대탐험에 앞서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를 발사해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탐사선의 비행속도를 가속하고 비행방향을 바꾸는 시험을 시도했다. 1972년 3월 3일 발사돼 초속 14.39km로 지구를 떠난 파이어니어 10호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수많은 소행성대를 무사히 통과한 후 1973년 12월 3일 목성에서 13만km떨어진 지점을 초속 36.66km로 통과했다. 목성을 통과하면서 비행속도가 가속돼 지구를 출발할 때보다 2.55배나 빨라진 것이다. 파이어니어 10호는 태양계를 벗어나 외계로 나간 첫 탐사선이 됐다.

1973년 4월 5일 발사된 파이어니어 11호는 소행성대를 무사히 지난 후 추력기를 작동해 탐사선의 비행속도를 초속 64m 빠르게 하고 비행방향도 좀 더 목성으로부터 가까이 통과하도록 조정했다. 1974년 12월 2일 목성으로부터 4만3천km 떨어져 초속 48km의 엄청난 속도로 통과한 후, 1979년 9월 1일에는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토성을 탐사한 후 독수리자리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의 비행에서 자신을 얻은 미국의 과학자들은 목성의 중력을 이용한 탐사선의 비행속도 가속과 비행방향을 바꾸는 방법인‘스윙바이’(swingby) 방법을 이용 해왕성까지 탐사하는 대탐험을 시작했다.

1977년 9월 5일 발사된 보이저 1호는 5백46일 만인 1979년 3월 5일 목성을, 1천1백63일 만인 1980년 11월 12일 토성을 탐사한 후 태양계 밖으로 빠져나갔다. 1977년 8월 20일 발사된 보이저 2호는 6백90일 만인 1979년 7월 9일 목성을, 그리고 목성을 지난 지 7백71일 후인 1981년 8월 22일에는 토성을 지나갔다. 그리고 지구를 출발한지 3천77일 후인 1986년 1월 24일에는 천왕성을, 지구를 출발한지 12년 후인 1989년 8월 25일에는 해왕성을 탐사하고 우주로 들어가 버렸다.

호먼 궤도를 이용해서 행성탐사를 할 때 행성까지 걸리는 비행시간은 수성 1백5일, 금성 1백46일, 화성 2백60일, 목성 9백97일, 토성 2천2백14일(약6년), 천왕성 5천8백70일(약16년), 해왕성 1만1천2백4일(약30년)이다. 그러나 행성의 중력을 이용한 스윙바이 비행방법을 적용한 보이저 2호의 비행시간과 비교해보면 비행시간이 무척 많이 단축됐음을 알 수 있다.

1998년 8월 24일 우주 탐사선 보이저 2호는 해왕성을 지나 태양계를 벗어났다. 1977년에 발사된 지 거의 10여년 만에 마지막 행성을 지나 우주 저멀리 큰 개자리 시리우스별을 향해 머나먼 길을 가고 있다.
가급적 적은 에너지로 행성에 갈수 있는 비행 방법과 궤도에 관한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낸 사람은 독일의 월터 호먼이었다. 그는 1925년에 발표한 논문을 통하여 지구가 태양을 도는 공전궤도와 탐험하려고 하는 행성의 공전궤도를 타원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비행궤도를 만들어 비행할 것을 제안하였는데, 이는 행성의 공전에너지를 이용하여 우주선을 최소의 에너지로 행성에 보낼 수 있는 효과적인 궤도로서 일명 ‘호먼 궤도’라고 불린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화성 탐사선 등은 가급적 호먼 궤도를 지켜왔다. 그러나 우주 탐사선 자체의 추진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탐사선을 목성 외곽으로까지 더욱 멀리 보내려면 호먼 궤도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이에 관한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은 1961년 무렵 캘리포니아 공대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인턴 직원으로 근무하던 대학원생 마이클 미노비치였다. 그는 우주선의 궤도를 잘 설계하여 행성에 접근시키면, 그 행성의 인력에 의하여 끌려 들어가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이후 행성을 스치듯이 지나가면 그 가속력 덕분에 더 먼 거리를 효과적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

이처럼 행성의 인력을 이용하여 우주선의 새로운 추진력을 얻는 방법을 ‘ 스윙 바이(Swingby)'라고 하는데, 특히 목성은 태양계 행성 중에서 가장 크고 무거우므로 이런 방법을 적용시키기에 매우 적합하다. 본격적인 탐사 이전에 ‘스윙 바이’ 방식의 시험을 겸한 외행성 탐사선이 파이어니어 10호와 파이어니어 11호로서 1972년과 1973년에 각각 발사되었는데, 목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탐사선의 비행 속도를 높이고 방향을 바꾸는 데에 성공하였다.

1977년에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 역시 물론 스윙 바이 방식으로 먼 거리까지 여행하면서 원래의 임무를 다할 수 있었다. 보이저 1호는 보이저 2호보다 보름 정도 뒤늦게 발사되었지만 지름길을 택한 비행 경로 덕에 앞서서 목성과 토성을 탐사하고 태양계 외곽을 향하여 더 멀리 떠날 수 있었다. 보이저 2호는 이어서 천왕성, 해왕성까지 차례로 탐사를 한 후 역시 태양계 바깥쪽으로 우주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보이저 1,2호의 비행경로가 토성탐사이후엔 완전히 달라 졌다. 외행성 탐사의 기회를 보이저 2호에게만 맡기고 1호가 궤도를 바꾼 이유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 때문이었다. 당시,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대기를 가진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타이탄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원래 계획을 100% 달성한 보이저 1호에게 특명을 내린 것이다. 복잡한 궤도 수정을 통해 타이탄에 관한 사진촬영을 마친 보이저 1호는 곧장 태양계 바깥을 향했다. 보이저 1호가 다 밝히지 못한 타이탄의 탐사는 최근 최근 카시니호에 실린 호이겐스호에 의해 이루어졌다.

새롭게 알려준 것들

이들은 외행성의 새로운 위성들을 발견하고 목성의 위성 이오에서 활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을 촬영하여 지구로 전송하는 등, 과거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행성과 위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주는 데에 크게 공헌하였다.

보이저호가 보내온 자료에 의하여 목성에서 3개의 위성을 새로 발견하였고, 토성에서는 초속 500m의 폭풍이 불고 있으며, 수천 개의 가는 선으로 보이는 고리는 주로 얼음덩어리로 구성되어 있음도 알아냈다. 그 밖에 목성 · 토성 표면의 모양, 대기의 조성(組成) · 온도 · 자기장, 위성의 모양 등을 관측하였다. 천왕성에 접근, 종래 5개로 알려졌던 위성이 10개임을 확인하였다.

또, 해왕성의 북극 4,850km 상공에까지 접근하여 6개의 위성을 새로 발견하였고, 북극의 오로라, 초속 수백 km의 소용돌이 폭풍 등을 관측, 8,000여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특히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에서 저온물질을 분출하는 화산활동이 관측되었으며, 이 분홍색 위성의 정체를 구명함으로써 태양계 생성의 신비를 푸는데 진일보 하는 도움을 주었다.

보이저 탐사선은 화성 밖의 외행성에 대한 수많은 자료를 우리에게 보내주고, 인간의 손길을 태양계 끝에까지 전해주었다. 21세기에는 명왕성을 비롯한 태양계 내의 모든 행성을 탐사하고 그보다 먼 우주로 인간의 숨결이 전해질 것이다.


현재 위치

보이저 연구팀은 보이저 1호가 태양계의 끝자락인 말단충격지역에 도달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보이저 1호가 발사된 것은 1977년 9월이니, 무려 28년에 걸쳐서 140억km에 달하는 거리를 항해한 셈이다.

보이저호는 태양계의 바깥쪽으로 발사되어 목성과 토성 등을 스쳐 지나가며 임무를 마친 후 태양계 밖으로 버려지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1980년에 계획된 마지막 임무를 마쳤는데도 예상과는 달리 고장이나 사고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이에 보이저 1호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태양계 끝부분을 향한 또 다른 탐사를 계속 할 수 있었다. 2호는 원래의 비행궤도를 계속 진행해 목성, 토성을 지나 천왕성 해왕성까지 탐사하였다. 그 후 25년의 항해 끝에 태양계의 끝이 시작하는 부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보통 태양계의 끝부분이 마지막 행성인 명왕성 다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과학자들은 이보다 2배나 먼 곳인 180억 km쯤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에는 태양에서 나온 수소 원자나 전자 입자들이 우주 밖으로 분출되는 태양풍 이라는 것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보이저 1호는 태양풍입자의 속도가 외부에서 불어오는 성간풍이나 은하풍에 의해 갑자기 줄어드는 말단 충격파면을 지나 태양계와 외부 우주 공간의 경계지역인 헬리오스히스 지역을 지나가고 있다. 그곳은 지구로부터 140억km나 떨어진 곳으로 , 보이저 1호로부터 신호가 오는 데 12시간 이상 이나 걸릴 만큼 먼 곳이다.

전임 제트추진 연구소장이며 보이저 프로젝트 과학자였던 스톤은 “보이저호가 우주공간의 완전히 새로운 지역으로 진입했으며, 놀라운 정보를 계속 보내오고 있다.”고 밝혔다. 태양계( 행성을 비롯해 모든 천체 )는 해왕성 궤도보다 네 배 정도 큰 거대한 거품 내에 자리잡고 있다. 태양풍에 의해 만들어진 이 거품을‘태양권’이라고 부르며 그 바깥 면을‘태양권덮개( Heliosheath )라고 부른다.

미래

거의 매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우주선 딥스페이스 네트워크 안테나들은 땅꾼자리 별이 있는 하늘에서 전해오는 미세하지만 정보로 가득한 신호를 포착하고 있다. 그 정보는 지난 1977년에 목성과 토성을 관측하는 임무로 지구를 떠났지만 현재 해왕성과 명왕성 밖의 경계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보이저 1호가 보내고 있다.

보이저 2호는 현재 70AU 지점을 날아가며 보이저 1호의 뒤를 이어 태양계 밖을 향하고 있다. 보이저 1호와 2호가 태양계를 벗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인 성간 공간에서 오는 강한 고에너지 입자와 바로 맞닥뜨리게 된다. 태양 자기장의 보호로부터 벗어나 이런 강한 고에너지 입자를 만나면 어떻게 될지 쉽게 짐작하긴 힘들다.

현 보이저 1호의 핵심부분인 원자력 전지가 2020년 까지는 작동할 것으로 보여 태양계의 끝에서도 신호를 보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같이 실린 물건

보이저 1호에는 혹 외계인과 만날 것에 대비하여 타임캡슐 성격을 지닌 ‘지구의 속삭임’이라는 이름의 디스크를 함께 실려 보냈다. 거기엔 지구인이 외계의 문명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보이저호가 싣고간 메시지는 금으로 도금된 12인치 구리 디스크판에 기록되어 있다. 거기엔 지구 여러 민족의 서로다른 삶과 문화를 표현하는 음향과 사진이 기록되어 있다. 이 디스크에는 문명이 어느 정도 발달한 외계인이라면 충분히 해석할 수 있으리라고 여겨지는 간단한 조작 방법의 설명이 붙어 있다.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의 칼 세이건(Carl Sagan, 퓰리쳐 상을 받은 유명한 작가이자 천문학자. 불후의 명작 '코스모스'를 저술.)의 주도하에 115개의 사진과 파도소리, 바람소리, 천둥소리, 새소리, 고래울음소리, 기타 다양한 자연의 소리를 담았다. 칼 세이건은 인간이 지성을 지녔다는 증거로 음악을 싣고 싶어했다. 지구 생명체의 화학 정보를 싣고 싶어한 과학자도 있었다. 결국 그림과 자연의 소리와 레코드판에 담을 수 있는 정보들이 보내졌다.거기에다 세계 곳곳의 서로 다른 지역의 음악을 담았고, 지구인들이 전하는 인사말을 55개국어로 녹음했다. 또한 당시 미국 대통령인 카터 대통령과 유엔사무총장 발트하임(유엔사무총장 1972~1982)이외계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기록이 담긴 레코드판과 레코드판을 재생할 때 필요한 디스크 카트리지, 바늘은 보호용 알루미늄 재킷 속에 넣었다. 사진에 보이는 기호 언어는 보이저호가 어디로부터 왔으며, 레코드판을 어떻게 재생하는지에 대한 설명서이다. 115개의 사진은 아날로그형태로 부호화되어 있다. 나머지 레코드는 모두 음향기록인데, 이것은 1초당 16과 3분의 2(16-2/3)회전의 빠르기고 디스크를 회전시켜야 재생이 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인사말은 육천년전 수메르인이 사용하던 언어인 아카드어(Akkadian)로 시작해서, 근대 중국의 방언인 우(Wu)로 끝맺는다. 지구의 소리에 해당하는 구간에는 선곡된 90분 분량의 음악과 동, 서양의 고전 음악 및 다양한 민족의 전통 선율을 담았다.

보이저호 1, 2호는 명왕성 궤도를 벗어났다. 약 4만년 뒤, 보이저호는 우리와는 다른 외계 태양계에 접근할지도 모른다. 칼 세이건은 말했다. "만약에 넓디 넓은 우주공간에 우주를 여행하는 진보된 문명이 존재 한다면, 보이저호는 그들과 만나게 될 것이고, 레코드판은 재생되어 질 것이다. 우주의 대양에 병을 띄운 것은 지구에서의 삶에 대한 매우 희망찬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태양계의 범위

2003년 초 천문학계는 한동안 가벼운 흥분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1977년 발사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탐사선 '보이저(Voyager)1호'가 태양계 경계 지역을 넘어섰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었다. 미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과학전문잡지 네이처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보이저 1호가 보내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2년 8월께 태양계의 경계인 '말단 충격(termination shock)'지역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이저 1호는 당시 감지한 에너지 입자들이 1백배 이상 늘었고, 태양폭풍 속도가 줄어드는 등의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때 위치는 약 85AU(천문단위.태양과 지구의 평균거리로 1AU는 약 1억4천9백60만km:지구 31만7천9백여 바퀴를 돈 거리) 거리에 있었던 것으로 계산됐다.

태양계의 경계는 이론적으로 85AU~1백20AU(태양으로부터 1백27억5천만㎞와 1백80억㎞거리)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결과는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한편으론 "보이저가 태양계의 경계에 다가가고 있을 뿐 아직 결정적인 지점을 통과하진 못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팽팽했다.

태양계의 끝은 어디일까. 또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 학계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딱 부러지는 정설이 없는 상태다. 이론적으로 '이런 모습이다'라는 추정만 있다. 지금까지 사람이 만든 어떠한 물체도 아직 이를 직접 탐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보이저가 태양계의 경계인 '말단 충격(termination shock)' 지역을 넘어서면 '태양권계면( heliopause )'에 다다른다. 이곳을 넘어 '충격파 ( bow shock )' 지역을 지나면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말단 충격 지역의 모습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태양계 경계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봉투 같은 개념으로 경계가 끊임없이 바뀌고 있을 것이라 짐작될 뿐이다. 태양으로부터 1백35억㎞ 떨어진 곳 어디쯤에 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짐작하고 있다. 이 지역에선 태양으로부터 태양풍을 타고 날아온 초음속 입자들이 성간(星間)플라스마 층을 만나 음속 이하의 속도로 급속도로 느려진다.

태양권계면은 태양풍의 영향과 태양계 이외의 성간 물질의 영향이 거의 같아지는 지역이다. 마지막으로 충격파 지역은 태양권계면이 우주와 맞부닥치는 곳이다. 우주에는 성간물질의 흐름인 성간풍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영어로 '바우 쇼크'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태양권계면이 성간풍과 부딪히는 모습이 마치 물이 뱃머리(바우)에 부딪혀 물결이 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는지를 명확히 판별하려면 태양풍의 속도를 재면 된다.그러나 불행히도 보이저 1호에 실린 태양풍 속도 측정기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그래서 존스홉킨스 대 연구팀은 보이저가 측정한 고에너지 입자들의 종류와 양을 토대로 태양풍의 속도를 재는 간접 방법을 썼다.

그러나 반대 입장에 있는 미 메릴랜드 대학의 프랭크 맥도널드 교수팀은 보이저보다 태양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른 고에너지 입자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현상을 관찰했다. 태양풍의 영향이 보이저호보다 더 먼 곳에서도 건재하기 때문에 아직 경계에 이른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미 미시간대 렌 피스크 교수는 "말단 충격 지역이 수시로 바뀌는 움직이는 경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마다 의견이 엊갈릴 수 있다"며 "태양의 활동에 따라 앞으로 수년간 더 외곽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강원대 과학교육과(천문학 전공) 권석민 교수는 "태양의 중력으로부터는 아직 벗어나지 못했지만 자기권 영역을 벗어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보이저 1호는 1980년 토성에 접근한 뒤 곧바로 태양계 바깥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보이저 2호는 현재 70AU 지점을 날아가며 보이저 1호의 뒤를 이어 태양계 밖을 향하고 있다.

보이저 1호와 2호가 태양계를 벗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인 성간 공간에서 오는 강한 고에너지 입자와 바로 맞닥뜨리게 된다. 태양 자기장의 보호로부터 벗어나 이런 강한 고에너지 입자를 만나면 어떻게 될지 쉽게 짐작하긴 힘들다.

천문학자들이 태양계 경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곳에서 우주의 물질이 원시상태로 존재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태양 방사선이나 태양풍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원시상태의 물질이 태양계와 우주의 탄생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이다.

혜성들의 '원료 물질'인 얼음덩어리들이 모여있는 일명 '혜성의 저장고'도 태양계 끝에 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곳은 '오르트의 혜성 구름'이라고 불린다. 권교수는 "오르트의 구름은 태양계 외곽 변두리 지역을 달걀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다"며 "이곳에서 태양계의 중력에 의해 하나 하나씩 태양계 내부로 이끌려와 혜성으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태양에서 가장 먼 아홉번째 행성인 명왕성이 돌고 있는 궤도는 태양계의 아주 중심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명왕성은 태양으로부터 약 40AU지점에 있는 반면, 오르트의 혜성구름은 5만~20만 AU나 떨어져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은 '켄타우루스' 자리의 '프록시마'( proxima )다. 이 항성까지의 거리는 4.3광년인 데 비해 빛이 명왕성까지 가는 데는 약 6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혜성 구름이 존재할 것이라고 제안된 곳까지의 거리도 프록시마까지의 거리의 3분의 1 지점에 지나지 않는다. 태양계 밖은 그야말로 광활한 미지의 세계인 셈이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2020년 원자력 동력이 바닥날 때까지 임무수행을 계속할 계획이다. 그보다 훨씬 전인 보이저 1.2호가 충격파 지역에 도달하기 전 지구와 통신은 두절된다. 하지만 거대 우주망원경이 잇따라 완성돼 관측 기술이 발달하는 이때쯤이면 태양계 변두리의 모습이 좀더 명확히 드러날 전망이다.

참조자료

과학평론가 최성우의 홈페이지 『 http://www.hermes21.pe.kr 』
싸이엔지웹진 『 http://www.scieng.net 』
오석봉의 에피소드 과학사 『 http://cgi.chol.com/~swethom/ 』
하드론 과학교실 『 http://hadron.co.kr 』
네이버 파랑새님 블로그 『 http://blog.naver.com/back6217/ 』
한국과학정보기술연구원 『 http://www.yeskisti.net 』
이글루 서드 제너레이션님 블로그『 http://storyjin.egloos.com/2394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