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2월 12, 2006

사진

이전회사의 웹진에 기고(?) 했던 글이 생각나 옮겨 왔다. 조회수가 1000번이 넘었다니 놀랬다.

요즘 다시 사진이 찍고 싶어진다.



[에 세 이] 사진,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다.
날짜 : 2003-07-26 조회수 : 1051


2001년 10월 제주항

사진을 취미로 가지게 되면서 내 주변의 소소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평 범한 일상도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특별하고 즐거운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의해서이다. 사람이 하는일에 과정을 뛰어넘는 도약이란 있을 수 없는 일. 일상이 내 삶과 사진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기 까지에도 그리 순탄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사진을 시작하기 전 까지 내 취미는 주로 산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나를 찾은 이들은 내가 사는곳이 차라리 산장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그것에의 몰입은 보통을 넘는 것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산을 몇달동안 중단 해야 할 사정이 생겼다. 갑자기 생긴 시간들에 사진을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곧 시작에 들어갔다.

간간이 접했던 내쇼널 지오그래픽 같은 잡지의 사진들을 보며 어떻게 찍었을까 하는 호기심과 작가들의 역동적인 모습에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때가 되면 나도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품어 오고 있었던 차였다. 주변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조언을 얻어 장비를 구입하기 시작했고 동호회에도 가입을 했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관심과 달리 별다른 지식이 있거나 안목이 있던것도 아니어 누구나 으례히 가는길을 역시 따라갔다.

사진을 시작하면 누구나 가게 되는 장소가 몇몇 있다. 인상적인 건물이나 풍경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안목이나 관심이 없어도 쉽게 사진을 찍을 대상을 찾을 수 있는 곳들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내의 고궁들과 근교의 양수리 등이다.

처 음 몇달을 그렇게 동호회원들과 함께 다녔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런 시간들도 식상해져 흥미를 잃어 갔다. 찍으려고 하는 사진의 소재에 대한 싫증이기도 했다. 교과서적인 설명과 작업들이 그다지 부지런하지 않은 내가 쫓아 다니기에 부담이 되었다.
그렇다고 처음 생각했던 내쇼널 지오그래픽 에 있는 것과 같은 멋진 사진들은 좀처럼 찍히지 않았고 어디서 어떻게 찍어야 할지를 안것도 아니다 보니 사진보다는 오히려 카메라와 렌즈들에 관심을 기울여 가게 되는 날나리 취미가들의 반열에 점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그 때 내 나이가 서른을 막 바라보기 시작하는 무렵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이서른을 왜 인생의 한 전환점 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그런 고민을 할만큼 진지한 인간이 아니란걸 안다면 '서른즈음에' 아니면 '나이서른에 우린' 과 같은 노래말에서 영향을 받았을께 틀림없다. 어쨌든 그렇게 인생의 한 전환점인 서른을 앞두고 갑자기 고민이 많아 졌었다.

거기에다 세기말을 앞둔 세계의 분위기에 우리나라의 경제는 파산에 직면해 IMF체제로 들어서는 어수선함이 가득한 사회분위기는 그걸 더욱 부채질 했다.

그렇게 알 수 없는 날들속에서 그래도 '이거다'라는 확신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자꾸 불안함으로 채워져 가고 있었다.

나는 방향을 잃었었고 혼미한 시간을 건너가기 위한 뭔가가 필요했었다. 언제나 삶을 받쳐주는 활력소라고 생각했던 취미마저 이번엔 오히려 혼란스러움 더해주는 존재가 되고 있었다.

그 렇게 지리멸렬한 시간들이 이어져 가고 있을때 우연히 '스모크'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1990년 뉴욕 브룩클린의 모퉁이에 위치한 담배가게가 배경이며. 14년간 그곳에서 담배를 팔아 온 오기와 소설가인 단골 폴을 축으로 이야기가 이어져 간다.

어 느 해 크리스마스에 오기 렌은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한 소년을 뒤쫓다가 우연히 그의 지갑을 습득하게 되고 소년의 집으로 지갑을 돌려주기 위해 찾아간다. 그러나 그 낡은 아파트엔 뜻밖에도 자식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눈먼 장님 여자가 있다.

오 기 렌은 그녀의 아들 역할을 해주며 뜻깊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낸다. 집을 나설 때 그 소년이 훔쳤을 것으로 보이는 카메라중 하나를 훔쳐 나온다. 그날 이후 오기 렌은 14년 동안 매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의 거리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하 루는 오기가 그 사진을 담은 앨범을 폴에게 보여준다. 폴 "모두 같은 거 잖아. " 하며 대충 넘기는데 "자세히 봐..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어.." 라는 오기의 말에 다시 넘겨 나간다. 그러다 똑같아 보이는 사진 속에서 자신의 담배 심부름을 갔다 은행강도의 총에 죽은 아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폴은 앨범을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나에겐 감명 깊은 장면이었다.
어릴적 물에서 허우적 거리다 발끝에 바위가 걸렸던 때에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그 래 '일상'이다. 담배연기 처럼 흩어져 가는 일상들속에 정말 소중한것들을 놓치고 있는건 아닌지 스스로 묻게 되었다.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후 그렇게 '일상'은 '미지의 왕국'이 되어 다시 내게 다가섰다. 하지만 내가 일상을 사진으로 제대로 표현하려면 또 다리가 팍팍해지도록 헤매고 다녀야 한다는것은 분명하다. 익숙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 그것들의 의미들을 채 모르고 살아온 때문이다. 결국 혼미한 시간의 끝은 멀리 있는게 아니었다. 하찮게 여기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관심. '일상'은 그렇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사진속에 담긴 '일상'은 당장 특별한 느낌을 좀처럼 주지 않는다. 별것 아닌것 같은 것들에 기울인 그 관심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의미들을 더해감을 느낀다. 서울에 갓올라와 한동안 지냈던 노량진의 옥탑방에서 별 다른 생각없이 옥탑방에서 보이는 모습을 찍었었다. 노출도 구도도 엉망이어서 모두 버렸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용케도 한장이 남아 있었다. 우연히 남은 그 사진이 시간이 지날 수록 색다른 맛을 더해가고 있다. 서울에 갓 올라와 적응을 해가던 무렵의 나를 지금의 나와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 주고 있다.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많을수록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주변의 것들에 관심을 많이 기울인다는 말이기도 할테니...




노량진 그곳에서의 희미한 서울


2003년 7월
(주)카티정보 신기술연구소
이상형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