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버너를 만들었다. Ultralight Backpacking이라는 개념을 접할때 부터 새롭게 눈을 떠게 되었던게 알콜버너였다. 휘발유버너의 화력을 부정하지는 못하지만 혼자가는 산행에서는 부피와 무게가 좀 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배낭속 장비들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고 어느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 산에서의 활동성을 높여 더 많이 움직이고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개념이 참 신선하게 와 닿았었다.
문명속에 있다가 자연 속으로 갈때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자연은 좀처럼 호락호락하게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 사소해 보이는 장비의 유무에 따라 생명의 존폐에까지 이르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하룻밤을 산에서 보낼 요량이라면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장비는 거의 필수가 된다. 한여름에도 산속의 밤은 서늘함을 느낄정도로 내려가게 된다. 당일산행때도 비라도 맞게 된다면 체온은 금방 떨어지고 한기를 느낀다. 이런때 뱃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음식이나 뜨거운 물이나 차를 섭취하는건 더없는 기쁨이면서도 다시 생기를 돌게 해준다.
통상 버너라고 불리는 불을 피우는 장비는 선택이 힘들정도로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많은 제품들이 휴대는 간편하면서도 화력은 집에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와 동등하거나 이상의 성능을 낸다. 하지만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화력과 휴대성은 서로 상충되는 면이 있어 배낭속에서 차지하는 무게와 부피가 무시못할 정도이다. 개스버너의 경우 자체 부피와 무게는 무시할 수준이지만 개스통의 휴대와 처치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런때 알콜버너는 어느정도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간단한 구조와 가벼운 무게 놀라운 휴대성이 장점이지만 물론 화력은 포기해야 한다. 혼자 가는 산행에서 끓는 물에 간단히 데워서 조리하는 음식정도에 어울리는 물건이다. 그래서 Ultralight Backpacking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겠지만.. 산에서 진수성찬을 차릴 일이 없으면 그만인거 같다.
그저 기화하는 알콜에 불을 붙이는 방식이기에 알루미늄 캔2개만 있으면 간단히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터넷에서 제작 도면까지 출력해서 드디어 제작을 시도해 봤다. 원래 손재주가 워낙 없는편이라( 다른건? )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시행착오의 과정이라 생각을 하고 일단 시도를 하기로 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가장 큰 어려움일거라고 생각했던 캔의 바닥 부분을 동그랗게 뜯어내는것과 24개의 불이 뿜어져 나올 구멍을 뚫는 부분은 의외로 쉽게 작업이 이뤄졌다.
두개의 캔을 하나로 합치는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다. ZenStove의 매뉴얼대로 아랫부분, 알콜이 담기게 될 부분을 다른 캔 바닥으로 넓히는 작업을 몇차례 했지만 그래도 윕부분고 합치가 쉽지 않았다.
결국 윗부분을 가위로 조금 잘라서 겨우 맞춰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예상했던데로 합치된 부분에서 기화되는 알콜이 뿜어져 나와 정작 24개의 구멍으로는 불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었다.
알콜이 모두 소진되고 식기를 기다린 다음 알루미늄 테이프를 연결 부위에 붙이고 다시 시도를 했다. 처음것보다 결과는 좋았지만 역시 틈새틈새로 알콜이 뿜어져 나왔기에 썩 만족을 하지 못했다. 거기서 중단 했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노하우 몇개를 얻었고 알콜버너를 만들때 가장 취약한 부분이 뭔지 알게 되었다는건 나름대로의 성과였다.
안전을 위해서 불을 붙이는건 출입문을 열고 배란다에서 행했다. 이 모든 과정을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몇시간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얻어낸 결과치고는 실망 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불이 꺼지자 말자 추우니 빨리 문닫으라는 핀잔과 함께.
수요일, 12월 13, 2006
알콜버너 자작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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