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4월 14, 2008

타프( Tarp )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개념의 장비였다. 처음에 어느 등산장비판매 싸이트에서 오지산행용이라며 Tarp라는 개념의 장비를 판매하고 있었다. 등산스틱을 지지대로 사용해 간단하게 지붕을 만든 것이었다. 왠지 텐트를 지는 무게가 부담스럽거나 야영터를 만드는것이 여의치 않은 오지 산행의 개념에서는 딱 맞는 장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프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혼자 산에 갈때 에코로바에서 만든 피츠로이I 1인용 텐트를 사용했다. 비교적 가벼운 무게( 텐트치고는 )에 산속의 밤에서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두려움에서 그나마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안락함이 있었다.

산속에서 밤을 보내는건 아무래도 평소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칠흙의 어둠으로 바뀌는 산속의 밤은 그리 안락한 느낌만 줄리 없다. 그래서 사람은 최소한의 자기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텐트처럼 사면을 막지는 않지만 타프와 워킹폴을 이용해 간단한 벽과 지붕을 만듦으로써 가지게 되는 심리적인 안정감은 큰 위안이 된다.


Man Vs. Wild의 Bear Gryll도 어떤 조난상황에서도 밤을 오면 나뭇가지와 잎들을 이용해 간단한 움막을 설치 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야생동물의 접근을 사전에 막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움막앞에 피운 불이 움막에 반사되면서 더 큰 동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작 Tarp만을 이용한 산행을 제대로 해본적은 없다. 그런 식의 야영 경험이 없었던건 아니었다. 텐트 설치가 여의치 않았던 상황에서는 매트리스만 깔거나 침낭커버 만으로 밤을 보내기도 했다. 때에 따라서는 일부러 텐트 바깥에서 자는 경우도 많았다. 다만 그런 식으로 하룻밤을 보내는걸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새 봄의 신록들이 더욱 파랗게 물이 올랐을때 타프한장을 배낭에 넣고서 매봉밑 옛 숙영지로 야영을 가고 싶다. 가벼워진 배낭의 무게만큼이나 가뿐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