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3월 27, 2008

봄의 시작 - 텃밭 갈아 엎기.

'어쨌든' 봄은 왔다. 아파트 창문 밑으로 목련나무의 꽃망울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올해도 텃밭 농사를 시작했다. 오랫만에 삽질을 한탓에 허리에 무리가 왔지만 가을까지 넉넉한 채소들로 채워질 밥상에 비하면 사소한 통증일 것이다. 열평이 채 안되는 땅에서 일구는 농사지만 이속에서도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섭리를 고스란히 느낀다.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텃밭의 채소들은 사람의 손길이 조금이라도 뜸해지면 곧장 '잡초'들로 뒤덮이게 된다. 그런 잡초들의 끈질긴 생명력이 싫었지만 원래 이곳이 그들의 터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손길이 끊어지면 곧장 생존의 위협을 받고마는 채소들이야말로 사람들의 힘을 빌려 '잡초'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밭을 갈아 엎는 동안 흙의 질이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텃밭농사를 시작할때와 비교하면 손에 만져지는 흙의 느낌이 다르고 지렁이들이 많아진것만 봐도 확실히 땅이 좋아졌다. 작년 가을 무·배추를 키우기 위해 흙살림의 유기농 퇴비를 사용 했던게 효과를 보는거 같다. 값싼 퇴비를 사용했었으나 출처가 의심스러운 톱밥으로 만들어진 퇴비의 효용성에 의구심이 들었다. 알고 보니 알게 모르게 화학농약과 비료를 사용하는 경우를 꽤 봤다. 텃밭에서 굳이 그것들을 사용해가면서까지 농작물을 키우는 의미가 있을까 싶어도 성장속도와 수확물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유기농 퇴비와 목초액을 사용하고 나서부터는 격차를 많이 줄였다. 드디어 지난 가을에는 밭에서 거의 유일하게 속이 꽉찬 배추와 무우를 수확했다.

무우씨를 심고나면 맨먼저 싹을 틔우고 나와 무우뿌리를 키워가다가 마지막까지 남아 밥상을 채워주는 무우 시래기의 모습에서는 세상의 근원적인 진리를 느끼는 뭉쿨함도 있었다. 자연과 우주의 근원적인 원리와 진리를 만나는 즐거움이 이봄과 함께 또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