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7월 18, 2006

매봉이 내게 특별해졌던 사연

사연이라고 해서 거창한 얘기는 아니다. 내가 메일 아이디나 이런저런 싸이트의 아이디를 매봉(maebong)으로 사용하게 된 사연에 대한 얘기다. 매봉, 응봉이라는 지명의 봉우리가 남한에만 100여개가 있다고 들었던거 같다. 내가 말하는 매봉도 산봉우리 이름인데 강원도 화천, 춘천, 경기도 가평에 걸쳐 있는 1436M의 봉우리이다. 바라봤던 모습이 매의 머리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인상을 받았었지만 유래가 어떻게 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 매봉을 처음 알게된건 군생활때였다. 외출이나 훈련을 위해 사창리를 나갈때 부대가 주둔하고 있던 명월3거리를 돌아설때면 언제나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건 화악산이었다. 좌측의 매봉과 우측의 중봉이 의젓하게 서 있는 모습과 나를 포근히 굽어보고 있는듯한 모습에서 신령스러움(?) 마저 느꼈었다.

엄밀히 말하면 매봉과 중봉은 별개의 산인데 그냥 우리는 둘을 아울러서 화악산이라고 불렀고 더 자세히 위치를 말할때 중봉 또는 매봉이라고 구분해서 말했었다. 하지만 좀처럼 화악산으로 갈 기회가 없었다. 통신병이었던 내가 정상에 주둔하고 있던 통신중계소 부대를 '아담' 또는 '이도령'이라는 콜사인으로 불렀었고 밤마다 환하게 켜져 있는 부대 불빛에서 기묘한 느낌마저 받았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화악산을 가게 될 기회가 왔다. 매봉일대에 사단에서 진지보수공사를 벌였던 것이다. 말로만 듣고 보기만 했던 화악산을 진짜 가보게 된 기쁨이 뭣보다 컸다. 화악산으로 간다는 설레임에 훈련준비는 등산준비와 같은 즐거움을 주었다.

매봉근처 이칠봉( '이칠봉'이라고 알게 된건 10년이 훨씬 지난 후의 일이다 )에서 숙영에 들어갔을때 밤이면 조용이 잠든 산의 모습과 저멀리 춘천시내의 불빛들이 빚어내는 묘한 향수는 어떤 형이상학적인 느낌마저 들었으며 아침이면 발아래로 펼쳐지는 운해의 모습들은 나를 '산'이 더이상 그냥 산이 아닌 특별한 존재로 다가서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처음갔던 매봉에서의 두어달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과 기억을 주었다. 그때 부터 내게 '매봉'이라는 이름은 젊은 소중했던 한때의 추억과 감동과 설레임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이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