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7월 07, 2006

미니멀리즘


몸에배인 게으름 탓인지 기계든지 뭐든지 복잡한걸 좋아하지 않는다. 기계식 카메라를 좋아하거나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도 물건들이 가진 본질적인 기능만 동작되면 그걸로 역할을 충분히 다했고 더이상의 기능들은 구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부가적인 기능을 하는 물건을 따로 장만하는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내가 가진 등산장비들도 최소한의 기능을 하면서도 그것을 필요로 할때 확실한 기능을 할 수 있는것들로 바꿔 나가고 있다. 예를 들자면 버너(stove)다. 한때 콜맨만능주의에 빠져 있었다. 442모델을 세개이상 샀던거 같다. 예열이 필요 없고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해 겨울에도 굉장한 화력을 내기 때문에 그게 가진 무게정도는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나이탓인지 지고 다니는 배낭크기가 부담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1박을 떠나더라도 머리위까지 거뜬히 올라가 버리는 배낭크기에 점점 의문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초경량등산( Ultralight Backpacking )이라는 개념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알기 시작했다. 몇개의 도구들을 자루에 담아 애팔라치아 산맥을 종주한 한 할머니의 얘기를 들었고 무게가 가벼워지는 만큼 산에서 느낄수 있는것들도 많아지게 되는 단순한 사실을 새삼스레 깨쳤다. 그렇다고 필요한 물건들을 빼놓고 다니자는 얘기는 아니었다. 불편을 감수하는 대신 산에서의 본질을 더 느끼자는 개념이다. 1리터의 물을 끓일 경우 개스버너는 2분이면 되지만 알콜버너는 10분이 걸린다. 8분동안에 무슨 큰일이 벌어지기라도 하느걸까. 대신 간편하게 준비를 함으로써 등산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자는 말이다.



이런 추세를 적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미니멀리즘(minimalism) 이라고 생각했다. 사전적인 개념은 다음과 같다.

"사물의 본질을 가장 단순하고 최소한의 스케일로 표현 "
미니멀리즘’이라는 용어는 1960년대 중반 비평가 로즈(Barbara Rose, )가 처음으로 사용했으며, 주요한 평론가로는 프리드(Michel Fried)가 있다. 사물의 본질을 가장 단순하고도 최소한의 스케일로 표현한다는 미니멀리즘은 회화와 조각을 필수적인 것으로 환원시키는 근대적 목표를 의미하며, 이 경우 기하학적 추상의 필수적인 것만을 수용한다.

미술에서 처음 사용된 말로 보이는데 내 생활에 적용해도 좋을것같다. 이런저런 군더더기들을 떼어내고 본질에 더 다가설 수 있다면 앞으로 가는 생활의 길도 더 바람직하게 방향을 잡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