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보수단체에서 보내는 '삐라'때문에 북한이 연일 압박을 가하고 있다. 육로를 통한 방북을 강력히 통제를 한다느니, 개성공단의 공장을 철수한다느니 하는 소리를 해대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 군생활을 하면서 북한에서 보낸 삐라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남한을 비방하거나 월북한 군인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지상천국'인 이북으로 넘어오라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던거 같다. 그러나 그 조악한 인쇄상태를 보거나 사진속에 나오는 이들의 어색한 모습과 지상천국과 어울리지 않는 낙후된 모습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켜 그나마 남한에 사는게 얼마나 다행인지를 느끼게 했다. 마찬가지로 남한에서도 삐라를 보낸다는 말을 들었었다. 한번씩 바람부는 방향이 틀어져 다시 되돌아 온걸 회수 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었으니.
대통령 하나 바뀌면서 세상이 온통 '복고'풍으로 돌아가는 분위기가 되다 보니 20년 가까이 잊고 지내던 '삐라'라는 말까지 다시 듣게 된다. 그런데 이게 북한에서는 제대로 먹히고 있는 모양인지 연일 북한출입을 강력히 통제한다느니 개성공단을 폐쇄한다는둥의 말들을 연일 쏟아대고 있다. 이런 전근대적인 홍보 수단이 먹혀드는 북한의 수준이 어떤지를 여실히 반증해주니 그런 북한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난감해진다. 햇볕을 더 많이 쬐어 그들이 '폐쇄'의 옷을 벗고 나올 수 이께 하자던 김대중 대통령의 말이 정답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저렇게 악을 쓰고 있는 북한의 입장을 무작정 무시 해서는 그나마 이뤄왔던 남북관계가 파탄날 것이고 파충류처럼 예측불가능한 북한군부가 군사적인 사고라도 치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삐라를 보내는 세력이 쥐박이가 생각하는 '친북,좌파'세력에 사주받는 '촛불세력'이면 어청수에게 시켜 간단히 진압을 할 수 있을텐데 그의 지지세력인 '수구꼴통'들이 일을 치르니 쥐박이는 그들을 진압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두둔하고 있다. 결국 그게 쥐박이의 주변국과의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의 정치적 행동 여지를 줄여가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헤쳐나갈 정치적 고민이라곤 조금도 없다는데 있다. 참으로 너무도 똑같은 수준의 지도자가 남북에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쥐박이가 본인과 오바마와 정치철학이 같다는 말을 자랑스레 했다. 그러면 오바마가 이북에 '삐라'를 보내는 정책을 펴는 모습을 곧 보게 될지도 모를일이다.
금요일, 11월 14, 2008
삐라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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