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7월 28, 2008

'식욕 떨어뜨리는' 영국 요리쇼

인기 요리사인 진행자가 살아 있는 병아리들을 무대 위에서 가스로 질식사시킨다. 요리 쇼를 기대한 방청객은 흠칫 놀란다. 진행자는 함께 무대에 선 업계 관계자에게 “산란계의 수평아리는 세계 어디서나 이 같이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며 “처리된 병아리는 동물원이나 사료공장에 보내진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지난주 오스트레일리아의 <네트워크10>이 방영한 <제이미스 파울(fowl) 디너스>(사진)에서 식욕을 떨어뜨리는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닥다닥 늘어선 철창 속에 서로 부대끼며 하루 한 개꼴로 알을 낳는 산란계 암탉들은, 스트레스를 받다 못해 깃털이 숭숭 빠졌다. 가만히 기계처럼 알만 낳는 이른바 ‘배터리 닭장’의 실태다.


공장의 물건처럼 만들어지는 닭, 소, 돼지 고기들의 문제를 고발하는 인상적인 기사를 봤다( 위사진 클릭 ).

어릴적 간만에 찾아오는 연례 행사처럼 먹을 수 있었던 통닭, 갈비가 너무 흔해져 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이렇게 까지 흔해질 수 있는 속사정들을 듣다 보면 고기맛이 뚝 떨어져 버리는 느낌을 받는다. 내 기억속의 가축들은 본연의 역할(?)을 하게 될때까지 그나마 최소한의 주거 환경은 가졌던거 같다. 닭들은 마당을 마음껏 다니며 모이를 쪼아 먹었고 소들은 낮동안이면 동네 어귀 풀밭에서 되샘김질 하는 광경은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돼지만 해도 지금의 공장화된 축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생활공간은 주어졌었다.

소를 키우는 곳을 '공장'으로 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된것도 요즘의 일이다. 부드러운 육질로 만들기 위해 갓 태어난 송아지때부터 앉고 일어서는것만 겨우 가능한 크기의 철장에 갇혀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족의 고기까지 먹어가며 성장하다가 쇠고기로 팔려간다는 것이다. 양계장에서 커는 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병아리때부터 상품가치를 지닌 육질을 가진 닭으로 최대한 빨리 성장하고 달걀을 낳기 위해 잠을 쫓기 위해 24시간 빛을 쬐이면서 모이를 먹게 하고 있다고 한다. 철새떼들이 조류독감을 옮아왔다고 하지만 정작 철새들은 여전히 하늘을 날아 다니는데 사람에게 '보호'받고 있는 닭, 오리들만 피해를 입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먹이를 가져다 주는 주인을 알아보고 좋아했을 동물들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하는건 채식주의자가 아닌 입장에서 생각해도 마음편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써 최소한의 존엄성도 갖추지 못한체 성장하고 죽어간 생명에게 애도를 표하는게 당연한게 아닐까?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라는 무개념 정책으로 촉발된 촛불시위에서도 '미친소'라는 말이 편하게 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지구상의 생명들이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체를 필요로 하는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일것이다. 그러나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로써 최소한의 존엄성은 지켜가야하지 않을까. 동물을 위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먼저 사람을 위한 것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