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15권을 읽었다. 그동안 로마에 동화가 된것인지 다시 돌아가지 못할 애틋했던 순간들을 대하는 것 만큼이나 뭉쿨함과 아쉬움으로 마지막을 읽어갔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一紅 權不十年)이라는 사람사는 세상의 이치처럼 그들도 결국에는 끝을 맺고 말았지만 둑이 무너지고 방벽이 스러져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극적인 멸망은 없었다. 오랫동안 그 모습을 조금씩 잊어가고 변질되어 가며 해체되어 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북아프리카의 대제국이었던 카르타고를 정복했던 스키피오 장군의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로마의 마지막을 읽어간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는 적국의 이런 운명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비록 승자였지만, 인간만이 아니라 도시와 국가 제국도 언젠가는 멸망할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트로이, 아시리아, 페르시아, 그리고 20년전의 마케도니아 왕국에서, 번성하는 자는 반드시 쇠퇴한다는 것을 역사는 인간에게 보여주었다.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는 모르나, 승리한 로마 장군은 로메로스의 서사시에 나오는 트로이군 총사령관 헥토르의 말을 입에 올렸다.
언젠가는 트로이도, 프리아모스왕과 그를 따르는 모든 전사들과 함께 멸망할 것이다.
뒤에 서 있던 폴리비오스가 왜 하필이면 지금 그 말을 하느냐고 물었다.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는 폴리비오스를 돌아보며, 그리스인이지만 친구이기도 한 그의 손을 잡고 대답했다.
폴리비오스, 지금 우리는 과거에 영화를 자랑했던 제국의 멸망이라는 위대한 순간을 목격하고 있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언젠가는 우리 로마도 이와 똑깥은 순간을 맞이할 거라는 비애감 이라네! ..."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시작했던 사회생활 초년 시절에 읽기 시작해 10년이 넘게 계속 다음편을 기다리며 읽어온 셈이다. 그동안 직장은 두번이 바뀌었고 사는곳은 4번이 바뀌었고 두자녀의 아빠가 되어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게 바뀐 시간이었다. 10권을 넘어설 무렵부터는 저자와의 생각의 차이를 느끼는 부분을 스스로 느낄만큼 내면도 바뀌어 있었다.
로마가 그토록 오랫동안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방과 준비성이라는 말로 축약할 수 있는 문화적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탄하지 않았던 지난 10여년을 묵묵히 지켜봐주고 도와주었던 고마운 책이었다. 그 로마의 마지막을 읽었지만 내 삶의 여정이 이어지는 동안 동반자로써 로마는 마음속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일요일, 4월 01, 2007
로마인 이야기의 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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