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월 30, 2009

용산 철거민 참사


그동안 정권의 개노릇을 자처하며 '견찰'이라는 비아냥을 받던 경찰 수뇌부들의 행태를 볼때 김석기 청장내정자도 어떤 대단한 생각으로 하룻밤만에 철거민들을 제거해야 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없다. 신임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기념으로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쥐박이의 국정철학을 솔선수범한다는 쇼를 멋있게 보여주며 주인의 귀여움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 농성을 벌이고 있는 자들은 재개발로 재살불리기에 재미를 봤던 쥐박이 경제살리기의 기본 철학이자 전부인 '국토 재개발'을 반대하고 있는것이 아니었던가.

쥐박이는 툭하면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말로 꽤 진지한척 연설을 한다고 한다. 그자가 말하는 '국민'이 대한민국의 전구성원을 말하지 않고 강부자로 대변되는 개발지상주의자들로 한정된다는건 지난 1년간의 그의 정치실적만 봐도 분명해진다. 이번 용산참사의 원인은 무문별하게 진행되고 있는 도심 재개발사업에 있다. 납득하지 못할 보상액으로 살던곳에서 쫓겨나야 하는 절박한 철거민들의 딱한 사정에 관심을 기울여 주는 힘있는 이들은 없었다. 개발이익을 보려는 건설사와 그들과 결탁한 철거용역업체들의 행패는 정부와 경찰, 보수언론이 알아서 막아주었다. 경찰은 철거용역업체의 폭력을 눈감아 주는걸 넘어 그들과 합동작전까지 펼쳤다. 망루는 제대로된 이주대책도 없이 강행되는 철거앞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저항이었다.

어처구니 없이 인명이 희생된 사건이 터졌는데도 아무도 반성하고 사과하는 이도 없고 책임지는 이도 없다. 오히려 '떼잡이'라 욕보이고 저항과정에 발생한 문제를 빌미로 '불법폭력 시위가 원인, 화염병, 시민 위협'이라는 라는 말들로 물타기를 하며 정부와 경찰의 책임을 피해가려 한다. 특히 쥐박이는 용산사태를 두고 책임을 묻는 말에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를 하면 되는 것이지, 정치적 이슈를 만들어서 '좋은 기회가 왔다'며 다른 문제까지 거론하는 건 위기 상황에서 책임있는 사람이 할 짓이 절대 아니다" 라며 비판여론을 정치공세의 기회로 삼는 탓이라는 그자 특유의 '남탓' 의식으로 남탓을 하며 사태의 책임을 피해가려 한다. 6명의 인명이 희생된 사태앖에서 아무도 책임지는이 없고 사과하는이 없는 이런 잔인한 사회가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명박이의 7차 라디오 연설문에서 언급한 말중에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 있었다. 그의 알맹이 빠진 허무한 연설에 관심은 진작부터 끊었다. 그러나 그가 사랑을 읊었기에 다음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사랑받고 싶어 안달이 난 청춘들에게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책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나오는 말이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요구는 자만 중에서도 가장 큰 자만”이라고. 왜 그게 자만이냐고 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서로 사랑하면 되지 않냐고? 그런데 그렇게 세상이 돌아간 적이 없다는 단순한 사실에 주목한다면, 왜 사랑받고 싶은 것이 자만인지 질문하게 되고, 이 질문은 인간 존재의 조건에 대한 숙고를 요구한다.

인간이 사는 세상은 사랑으로 돌아간적이 없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그래서 더욱더 '배려, 관심, 이해'등의 단어에 감동하는 것인지 모른다. 사태를 저지경으로 몰고간 자들에게 그래도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건 이세상에 대한 희망까지 놓을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하나더 이야기 하고 싶은건 경찰특공대의 진압 수준이다. 경찰특공대는 테러범들을 소탕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고 선전되고 있다. 총기류, 폭탄으로 무장하고 있는 무장공비나 테러범들에 대응하기 위해 군특수부대 출신들이 주를 이룬 부대라는 것이다. 그들의 훈련이 살던곳에서 졸지에 쫓겨나게 되어 농성을 벌이고 있는 힘없는 철거민들을 상대로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진압작전을 보면서 든 생각은 각종 매체를 통해 밧줄을 타고 건물로 진입하고 이마로 벽돌을 부수는 대테러 진압훈련 모습이 한낱 그들만의 '차력쇼'에 불과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다.

저항수단 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이 명색이 '특공대'인 그들의 눈에는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을까. 그들의 등장만으로도 굴복할 것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진입할 장소에 대한 위험요소의 분석과 대비도 없이 무작정 컨테이너를 들이밀고 들어가다 30대에서 70대까지 연령으로 이뤄진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힘없는 도시 빈민을 상대로한 작전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내는 특공대가 '제대로된' 테러범들에게는 어떤 비참한 결과를 낼지는 뻔한일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이 그나마 '생각'을 가진 조직이라면 이런 무모한 작전을 벌이게한 수뇌부를 비판하고 무모한 작전실패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정당한 진압이었다며 모든 책임을 철거민에게 돌리는 치사한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 경찰들이 보호해야할 '국민'에는 빈민과 철거민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