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5월 07, 2010

또다시 산으로



살아오면서 알게된 기쁨중에서 가장 큰게 산에서의 즐거움이 아닐까. 내게 숲, 계곡, 풀내음들이 주는 즐거움과 기억들은 늘 팍팍한 삶에서 말없이 기다려 주는 속 깊은 존재가 되었다. 영원할거 같았던 만남들은 바위에 떨어지는 계곡물처럼 흩어져 버렸지만 산에 대한 갈망과 즐거움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들렀던 오대산 월정사 계곡물을 봤을때 였던거 같다. 언젠가 다시 이 계곡물을 마시러오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3년 정도 시간이 흘러 군입대를 앞두고 무작정 그곳으로 향하면서 부터 산과의 연이 맺어졌던거 같다. 가진 지식과 장비라고는 그곳에 오대산이 있다는 것과 수통하나와 등산화 밖에 없었던 내게 3월말에도 산에는 허리까지 빠지는 눈이 쌓여있는건 큰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예정에 전혀 없던 설악산을 올랐었고 하산길에서 봤던 구름속에 살짝 드러난 공룡능선과 천불동 계곡은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봤던 설악산 지도속의 계곡과 능선들마다 품고 있을 풍경과 느낌들은 이후 군생활 내내 그 팍팍함을 넘어설 원천이 되어 주었다.

다시 배낭을 꾸리고 싶어진 하루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