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12월 03, 2009

프로답지 못한


칸첸중가(8586m) 등정 의혹을 받고 있는 오은선씨가 기자회견에서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는데 대신 이런 말을 했단다.

“제가 선 곳이 정상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면, 그때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8,000미터급 14개 봉우리의 세계 최초 등정기록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산악인의 답변으로써는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에 올랐다고 주장하는 오씨가 확실한 증거를 내놓는게 당연한 일이 아닌가. 게다가 오씨는 칸첸중가를 오른 경험이 있는 이들과의 대화에서도 그녀가 오른길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앞장서 올라가는 셰르파의 꽁무니만 쳐다보고 올라가는 바람에 길이 기억나질 않는다”고 까지 말했다고 한다. 차라리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못해 안타깝지만 자신은 정말 올랐다고 했으면 더 낳았을 것이다.

휴먼원정대로 알려진 고 박무택씨와 같은 캠프를 사용했던 오은선씨가 박무택씨의 시신을 보고서도 에베레스트를 정상을 밟고 왔을때 어느 조선일보 기자는 히말라야 고봉에 가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는 사람은 ) 말도 꺼내지 말라는 식의 컬럼을 등산관련 월간지에서 보면서 기분이 불쾌해졌던 기억이 있다. 오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또 받아야 했다.


오은선씨는 프로다. 14개 봉우리를 올라가는데 대해 '국민의 기대'를 들먹이는걸 봤다. 14개봉우리의 등정이 일반 대중에게 얼마나 가치를 가지는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건 그 기록이 오씨에게 돌아갈 실질적인 혜택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자기만족으로 올랐다면 객관적인 증거가 있고 없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남들이 뭐라 하건 뭐가 중요할 것인가. 오은선씨는 자기만족으로 오른 경우가 아니다. '세계최초, 여성최초, 국민'이라는 말로써 등반의 가치를 내세워 왔다. 그래서 더욱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한 것이다. 칸첸중가에 있었던 이는 오은선씨와 셰르파 두명밖에 없는데 누구에게 명확한 증거를 내놓으라는 말을 하는 것인가.

오씨의 해명에서 “칸첸중가를 세 번이나 올랐던 셰르파가 여기가 정상이라고 해서 사진을 찍고 바로 내려왔다"라는 말을 듣고선 황당함도 느꼈다. 셰르파를 등반의 보조 인력으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모든걸 맡겼다는 말이다. 스스로의 등반 가치를 깍아내린 부끄러운 말을 스스럼 없이 한것이다. 저렇게까지 해서 이루려는 '세계최초'가 어떤 가치가 있을지 미스테리할 뿐이다. 물론 '히말라야'에 가보지 못한 나의 생각일뿐인지도 모르고..

하긴 20여년전에 상명대의 운동장에 있던 고철더미를 쓰레기 수거업자가 처치곤란한 쇳덩이인줄알고 가져다 삼만원정도에 팔았다고 한다. 알고보니 그게 전시 위치를 바꾸기 위해 잠시 운동장에 놓아뒀던 조각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오천만원정도의 손해를 봤다고 했나.. 갑자기 이 일이 생각나는건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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