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의 영상 에세이 "나의 아름다운 창"에서 이런류의 사진을 표현한 말을 읽었던 기억에서 다시 뒤적여 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시간과 함께 서서히 물들어 가는 풍경들이 좋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흔적이 배어나는 곳들에서는 뜻밖의 곳들에서 조형미를 가지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삶의 흔적이 배어있는 골목골목이 그런 곳들일 것이다. 그런 곳들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생활해온 곳들이다. 그리고 낯선이가 찍는 동의도 없이 사진을 찍는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주로 휴일날 아침 시간을 택해 카메라를 메고 어슬렁 거리고 다닌다. 딱히 정해진 곳이 없다보니 발길 닿는데로 간다고 생각하지만 평소 머릿속에서 맴돌던 장소의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하는거 같다.
을지로3가역에서 기업은행으로 나오는 출입구의 계단 이었다. 노숙자들의 잠자리용으로 쓰이는 듯한 박스들 옆으로 은행의 광고문구가 '신나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저 쓸쓸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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