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를 쓸때는 인화하는게 일이었었다. 찍기만 하고 찾지 않은 사진도 꽤 있었던거 같다. 그런데 디지털로 넘어오고 나니 찍기만하고 다시 들여다 보지 않은 사진들이 더 많아 졌다. 필름카메라 시절의 습관이 사라졌을리 없으니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지금 올리는 사진도 몇해전에 이태원에 갔을때의 사진이다. 다시 찬찬히 살펴 보니 사진리뷰하는 것도 사진을 찍는 만큼이나 중요한 창작 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진을 찍는 것에 창작 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지는 차지하고 서라도.
방치된 듯한 화분에 잡초가 한웅큼 자리잡고 있었다. 저녁 무렵 햇살이 그 화분을 근사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일부러 연출한 것같은 빛과 사물의 절묘한 타이밍 이었다.
해방촌에서 경리단 쪽으로 넘어가는 지하도에서 담은 사진이다. 음침한 느낌이 들기 쉬운 지하보도의 산뜻한 벽화가 가로등과 근사하게 어우러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리단에서 이태원으로 넘어가는 오르막 골목에서 만났던 장면이다. 처음부터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바깥에 계속 있다보니 인형의 소재들이 처음의 힘을 잃어 가면서 지쳐 쓰러진 듯한 모습을 연출하게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손님 부르는 일에 지친 곰돌이의 모습이 해학같은 느낌을 줬다.
지금은 다른 업종으로 바뀐듯한 가게 입구에서 만났던 모습이었다. 전기계량기와 담배파이프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거 같다.
가로등에 불빛이 들어와 있었다면 좀더 멋진 사진이 되었을거 같다. 노랑색과 사물들이 나름 질서를 갖춰 배치된 모습이 좋아 사진에 담았다.
엔틱가구거리를 걸으면서 만났던 모습이다. 어느 피자집 배달오토바이와 계단에 내리쬐는 초가을의 햇살이 어우러졌다. 이런 햇살이 어떤 사물과 만나면 뜻밖의 장면과 감동을 만들어 낼때가 많다. 이건 뭐 감동까지는 아닌거 같지만 그냥 좋았다.
어떤 여신을 재현했던 석상일까. 철사그물울타리(?) 건너편 '키치'적 조형물이 어떤 메세지를 만들어 내는거 같았다.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다음주가 할로윈 축제였던거 같다. 이태원 가게마다 축제를 준비하는 상징물들로 가득했다. 고깃집 간판옆에도 할로윈 유령들이 자리잡았다.
유럽의 어느 저택 장식물로 써였을거 같은 석상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저기 강아지 석상은 내가 가지고 싶다.
갖고 싶은 물건들이 가득했던 소품가게. 있는 물건들 마저도 버겁기에 설레는 마음만 가득.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들이 가는 거위 가족.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모습.
평범한 일상에 알싸한 변화를 던져주는 빛.
조금은 지쳐 보이는 슈퍼히어로.
이태원 나들이를 마감하면서 멋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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