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동묘 벼룩시장을 찾는다. 번잡함 속으로 들어가 색다른 시간을 즐기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효용을 다한 도구들이 새롭게 주인을 만나고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진귀한 광경을 체험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동묘공원 정문앞에 자리잡은 어떤 아저씨의 낙천적인 모습이 인상깊에 기억에 남았었다. 당당한 자신감이랄까? 그런 모습에서 오는 여유와 해학으로 손님을 대하는 모습이 좋았다. 언젠가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어디 잘차려진 매장을 다니면서 이런 느낌의 판매자를 만난 기억이 있었던가?
동묘에 자리잡기전에는 황학동 일대가 벼룩시장의 중심 이었다. 그곳이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 되면서 여기 일대로 왔다.
가끔은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물건들도 있다. 전투기의 캐노피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79년에 지어졌다는 숭인 상가아파는 그동안의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이 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겹겹이 쌓인 시간이 주는 아련한 느낌을 느끼기도 한다.
해학적인 모습으로 발길을 잠시 멈추었던 사자상(?) 이다. 중국에서 만들어 진듯한 느낌인데 어느 곳에 두어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릴거 같다.
우연이 만들어낸 이런 풍경을 만나는게 좋다.
효용이 다해 버려졌던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삶의 뭉쿨한 단면을 느끼기도 한다. 몇시간의 즐거운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을 탔지만 멀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이곳으로 회귀하게 될거 같다. 그리고 즐거운 구경을 이어갈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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