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6월 07, 2007

불가항력적인 일들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겪을때가 있다. 개인의 역량을 훨씬 넘어서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결과를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때 어떻게 하면 이런 무기력한 순간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방법일까. 그 일을 겪은 이후, 삶이 바뀔정도의 일이라면 어떻게 받아 들이는게 현명한 일일까. 곧바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야박한 교과서적인 답안들은 이미 머릿속에 있거나 어디에나 널려있다. 그런때 필요한건 속깊은 이해와 동감이 아닐까.

확실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맴돌던때가 있었다. 한심한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제자리 뜀박질 마냥 현실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면서 그렇게 서서히 망가져 가고 있을때가 있었다. 물론 세상살이는 오롯이 제가 책임지고 헤쳐 나가야 한다고 다짐 정도는 몇번씩 했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첫발을 막 내디뎠을때의 나는 그런 현실을 깨닫고 헤쳐나가기엔 너무나 어리숙하고 여리기만 했었다. 어쩌면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야박함을 느낄 정도로 아무런 귀띔을 해주지 않았던 이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거다.

그렇게 돌아갔던 내 세상이었지만 그런와중에서도 위로와 이해를 주었던 것들도 있었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미쉘을 치료하기 위해 붙인 벽보를 알렉스가 불태우는 장면이 있었다. 미쉘을 뺐기고 싶지 않은 알렉스의 절박한 마음에서 알수없는 뭉쿨한 마음을 느꼈다. 그리고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이끌었다.

사무실 이전

근무하던 사무실이 이전을 했다. 익숙했던 3호선을 벗어나 서울의 서쪽으로 갔다. 회사 생활의 시작이후 줄곧 3호선을 오가는 곳에 사무실이 있었다. 처음 들어갔던 곳은 신사역에 있었고 이전을 했던 곳도 3호선 양재역 근처였다. 두번째 회사도 3호선 동국대 입구역 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세번째 직장도 본사는 다른곳에 있었지만 근무처는 3호선 충무로역에 있었기에 줄곧 3호선을 오가며 직장생활이 이어진 셈이다. 그리이전한 후 타고 다니는 버스번호도 역시 3500번 아니면 303번이어서 3이라는 숫자가 내 삶과 우연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이사를 하는날, 마지막으로 9000번을 타고 중앙극장앞에서 내려 사무실로 향했다. 매일 지나쳤던 충무로 사진골목의 모습을 담았다. 카메라 상점 진열대위의 장비들이 설레임도 익숙해진 느낌이었는데 이곳을 찾는것도 큰행사가 되지 않을까.
사무실에서는 북한산이 보였다. 비가 갠 오후면 손에 잡힐듯이 보였다. 아래로 오래된 동네의 흔적들을 보여주는 복잡하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풍경이 있었다. 새로 만들어진 동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골목 구석구석 잔뜩 사연들을 안고 있을 듯한 그런 정감.

또 창문너머로는 외국계 은행의 파란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었다. 비오는 저녁에 젖은 아스팔트 위로 흩어져 비쳐진 파란색 간판의 모습이 참 예뻤다는 기억이 있었다. 다시 보기 힘들지도 모르는 파란색 색감의 기억을 담았다.

수요일, 6월 06, 2007

이리듐 펜촉

우연히 손에 들어와 쓰고 있는 만년필의 펜촉이 이리듐이었다. HP에서 판촉물로 나눠줬던거 같고 원래주인이 누구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다지 신경써지 않는 자리에서 먼지가 잔뜩 쌓인 모습으로 내 눈에 띄었었기에 고급 만년필촉에 사용하는 이리듐촉이 붙어 있을거라고는 생가지도 못했다.

인터넷에서 이리듐에 대해 찾아 보았다.

※ 이리듐( Iridium )

원자번호 77
원자량 192.2
녹는점 2,447℃
끓는점 4,527℃
비중 22.42(17℃)



이리듐이란 이름은 무지개를 뜻하는 라틴어 Iris에서 온 것으로 이리듐 염이 무지개 빛으로 빛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약자로는 Ir이라고 쓰는데 무겁고 잘 깨지는 흰색 금속으로 공기, 물, 산에는 반응하지 않은데 가성소다(수산화 나트륨)에 의해서 녹일 수 있다.

이리듐은 세상에 존재하는 금속 중 부식에 가장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덕분에 화학적으로 안정한 특수한 용기를 만들거나 고온으로 가열하는 도가니를 만들 때 쓰인다. 그리고, 백금을 강하게 만드는 성분으로 첨가되는데 90% 백금에 10% 이리듐을 섞어서 만든게 파리에서 kg 단위를 재는 국제 표준으로 이용되고 있다. 미터 단위의 표준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크립톤의 동위 원소 스펙트럼의 파장을 재는 걸로 대신하고 있다.

몽블랑은 고급 모델에다 14k, 18k 촉을 쓰며 실제 써지는 부분은 이리듐 합금을 써서 보강해 놓고 있다. 이 이리듐 펜 촉이 개발된 게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 때문이었다고 한다. 메모광)이었던 제퍼슨은 무쟈게 깃털펜을 사용했고 그 와중에 알고 있던 호킨스란 발명가에게 이 얘길 하게 된다. 제퍼슨은 계속 펜을 연구하여 1834년 만들긴 했으나 이리듐이란 게 원체 강하다 보니 가공이 힘들고 비싸서 결국엔 이리듐 펜 촉을 가진 펜이나 만년필도 아무나 쓸 수 없는 물건이 되어버려 개발한 지 1년만에 특허를 팔아 버렸다.

이리듐 펜 촉이 쓰인 펜은 무척이나 고급 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왜냐고? 이리듐 자체도 비싼데다 이리듐 가공도 무쟈게 힘들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재에는 몽블랑을 포함한 몇몇 고급 메이커만 이리듐 펜 촉을 끼운 펜을 만들고 있는데 가끔 색깔만 이리듐처럼 은색을 띤 펜을 속여서 파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http://monthly.chosun.com/board/view_content.asp?tnu=200310100039&catecode=&cPage=1

일부 자동차의 부품에도 쓰이는 모양이다. 점화플러그에도 쓰이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다. 자동차에 쓰이는 이리듐 플러그의 장점은 백금보다 700도 정도나 높은 녹는 점 때문에 고온에서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조 : 산업 기술 프로슈머들의 놀이터 ( http://www1.enfun.net )

화요일, 6월 05, 2007

놋쇠


방짜 유기 그릇들을 주문했다. 구리조각들이 눈에 띄면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래서 주변에 구리로 된 것들이 꽤 있는 편이다. MIT의 열쇠고리, 도끼모양의 부적, 알콜버너 두개( Turbo II-D, WestWind ), 묵직한 느낌이 좋은 호주 동전등등. 매일 휴대하는 가방을 뒤져도 당장 여러가지 구리조각들을 몇개 발견할 수 있다.

쉽게 구매하기엔 가격이 높은 편이라 꽤 많은 고민을 나눈 후 구입을 했다. 그리고 그동안 인사동에 갈때마다 유기점들을 둘러보며 눈썰미를 키워왔었다. 그러던중 결국 구입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놋쇠의 따뜻한 느낌이 좋다. 철, 스테인레스, 마그네슘등 가까이 접하는 금속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구리조각들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잘모르겠다. 잘 닦아 놓으면 반질반질 거울처럼 빛나는게 좋았던건지. 군대 생활때 총의 약실에 탄환이 장전되는 소리가 참 좋았던 기억은 있다. 결국 밥그릇까지 놋쇠로 바꾸게 되었다.

※ 구리, Copper. 원소 기호 Cu는 Cuprum이란 라틴어로 구리 원광이 풍부했던 사이프러스 섬을 뜻한다고 한다.원자량은 64. 비중은 8.92, 철보다 약간 무겁다. 원자번호 29번, 4주기, 11족.

발견된지는 기원전 5000년 이전으로 철보다 근 2500년 앞선다.

구리 합금은 크게 황동과 청동이 있는데 놋쇠라고 부르는 황동은 구리에 아연(Zn)을 합금한 것이고 청동은 주석(Sn)을 합금한 것이다. 금속은 보통 합금하면 녹는 점이 떨어지는데 황동은 950도, 청동은 1060도 정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