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9월 07, 2007

지적 독립

상대의 권위를 너무 쉽게 인정하고 따라가려고 하던 때가 있었다. 벗어난거 같지는 않고 내가 그렇다는걸 느끼게 된지가 얼마 되지 않은거 같다. 가깝게는 주변의 사람들 부터 책을 통해 알게된 사람들의 면면까지 귀감이 될만한 사항들을 하나라도 알게 되는 순간부터 그사람은 멋있는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고 본받아야 할 사람이 되었다.

졸업 후 한참동안 창작과 비평을 계속 정기구독을 했던 이유도 거기에 나오는 내용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진실의 이야기들고 내가 당연히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동안 이보다 더 완벽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경외감까지 가졌던 어느 시사평론가의 경우도 마찬가지 경우였다. 그 사람과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음을 느끼게 되었을때 스스로를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대학다닐때 학생회의 주장들을 가슴한켠으로 드는 의구심들을 애써 묻고 자발적인 의식화(?)의 길을 걸어갔던 것과 같이.

"지적 독립"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좋은 글을 하나 읽었다. 최근들어 내게 일어나는 변화의 의미와 이유를 명쾌하게 이해시켜 주었다.

"...지적 도덕적 권위에 주눅들어 최소한의 합리적 의심마저 내던지고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런 식의 독서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걸 깨달은 건 서른이 다 돼서였다. 어떤 공인된 전문가도, 어떤 공인된 대가(大家)도 틀릴 수 있다. 술에 취해 한 말이라 그럴 수도 있고, 격정이나 편견이나 이해관계에 휘둘려 쓴 글이라 그럴 수도 있고, 그가 본디부터 이름에 미치지 못하는 헐렁이여서 그럴 수도 있다. 그것을 잊지 않는 것이 지적 독립의 첫걸음이다...."

말의 힘 - 고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