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6월 08, 2010

푸르름 가득했던 지리산, 그리고 씁쓸함

2년만에 지리산을 찾았다. 신록이 절정을 향하고 있는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산에서 만나는 이들의 분위기가 예전만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석산장의 헬기장에서 비박을 한 후 아침을 먹던 중이었다. 근처에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10여명의 남여 등산객들이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 일행중 한명이 휘발유 버너의 조작 실수로 화염이 갑자기 피어 올랐다. 다행히 머리카락과 얼굴에 조금의 화상만 입는 것으로 그쳤지만 정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은 상황이었다.

당사자는 놀란 가슴을 쓸어안고 있었고 남편으로 보이는 이는 대피소에서 구급약을 받아다 상처부위에 발라 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았던건 같이 있던 일행들의 태도 였다. 누구도 일행이었던 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들끼리의 왁자지껄한 아침식사에 여념이 없었다. 일행의 사고에도 변함없이 아침식사에 열중하고 있는 일행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혼란 스러웠다.

하긴.. 10년을 넘게 활동을 했던 10명 남짓한 회원의 산악회도 활동을 하지 않는 회원에게 아무도 연락을 주는 이가 없었다. 그동안 가족과 식구라는 말을 써가며 느꼈던 동질감들은 모두 허상 이었던 것이다. '산악인, 자일의 정' 따위의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뛰어넘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자체가 철없는 생각이었다. 두 같은 뇌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었을 뿐. 그걸 마흔이 넘어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