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8월 24, 2010

생명

파랑색과 녹색의 대비가 눈에 띄어 사진에 담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측은함도 들지만 인간이 사라진 세상은 제일먼저 이들로 뒤덮을 것임을 알게 된다. 그대로 두면 틈은 점점 커져 보도블록과 아스팔트는 점점 틈새가 벌어질 것이고 결국 모두 흙으로 돌아가게 될것이다. 인적이 드문 곳의 보도블록 틈새는 곧장 잡초들이 터를 잡아 나가는것만 봐도 그렇다.

뭉게구름

처서를 지났다. 설레임으로 부풀어오르는 아이때 마음처럼 한껏 아름다운 뭉게구름도 다시 내년 여름에 이르러서야 다시 보게될 것이다.

뒷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그 산자락에 사는 이들은 매일 만져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어릴땐 뭉게 구름속에 풍덩 빠질 수 있을것으로 생각했었다.



찍고 보니 가로수가 화면 밑부분에 나왔더라면 좀더 나았을거 같다.

화요일, 6월 08, 2010

푸르름 가득했던 지리산, 그리고 씁쓸함

2년만에 지리산을 찾았다. 신록이 절정을 향하고 있는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산에서 만나는 이들의 분위기가 예전만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석산장의 헬기장에서 비박을 한 후 아침을 먹던 중이었다. 근처에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10여명의 남여 등산객들이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 일행중 한명이 휘발유 버너의 조작 실수로 화염이 갑자기 피어 올랐다. 다행히 머리카락과 얼굴에 조금의 화상만 입는 것으로 그쳤지만 정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은 상황이었다.

당사자는 놀란 가슴을 쓸어안고 있었고 남편으로 보이는 이는 대피소에서 구급약을 받아다 상처부위에 발라 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았던건 같이 있던 일행들의 태도 였다. 누구도 일행이었던 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들끼리의 왁자지껄한 아침식사에 여념이 없었다. 일행의 사고에도 변함없이 아침식사에 열중하고 있는 일행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혼란 스러웠다.

하긴.. 10년을 넘게 활동을 했던 10명 남짓한 회원의 산악회도 활동을 하지 않는 회원에게 아무도 연락을 주는 이가 없었다. 그동안 가족과 식구라는 말을 써가며 느꼈던 동질감들은 모두 허상 이었던 것이다. '산악인, 자일의 정' 따위의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뛰어넘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자체가 철없는 생각이었다. 두 같은 뇌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었을 뿐. 그걸 마흔이 넘어서야 알았다.





수요일, 5월 26, 2010

인형들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인형들은 영혼을 불어 넣기전 인간의 모습처럼 허전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만 뜻밖의 즐거움을 줄때도 있다.

어느 커피가게앞 강아지 인형은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강아지의 모습이 그대로 전해지는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인형뽑기 기계속에서 해뜨기전까지 탈출을 시도하다 그대로 멈춰버린듯한 슈퍼 마리오는 왠지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삼청동 정독도서관 담벼락과 붙어 있는 가게 간판에 올려져 있는 인형들의 모습이다. 보는이 누구나 가게 주인의 '재치'에 미소를 지을 것이다.





금요일, 5월 07, 2010

또다시 산으로



살아오면서 알게된 기쁨중에서 가장 큰게 산에서의 즐거움이 아닐까. 내게 숲, 계곡, 풀내음들이 주는 즐거움과 기억들은 늘 팍팍한 삶에서 말없이 기다려 주는 속 깊은 존재가 되었다. 영원할거 같았던 만남들은 바위에 떨어지는 계곡물처럼 흩어져 버렸지만 산에 대한 갈망과 즐거움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들렀던 오대산 월정사 계곡물을 봤을때 였던거 같다. 언젠가 다시 이 계곡물을 마시러오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3년 정도 시간이 흘러 군입대를 앞두고 무작정 그곳으로 향하면서 부터 산과의 연이 맺어졌던거 같다. 가진 지식과 장비라고는 그곳에 오대산이 있다는 것과 수통하나와 등산화 밖에 없었던 내게 3월말에도 산에는 허리까지 빠지는 눈이 쌓여있는건 큰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예정에 전혀 없던 설악산을 올랐었고 하산길에서 봤던 구름속에 살짝 드러난 공룡능선과 천불동 계곡은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봤던 설악산 지도속의 계곡과 능선들마다 품고 있을 풍경과 느낌들은 이후 군생활 내내 그 팍팍함을 넘어설 원천이 되어 주었다.

다시 배낭을 꾸리고 싶어진 하루 였다.

수요일, 5월 05, 2010

길상사의 봄



봄기운이 완연했던 일요일 오후 길상사를 찾았다.



때아닌 추위가 기승을 부려 봄이 더디 오는거 같았지만 봄은 이렇게 구석구석까지 찾아 들고 있었다.







법정스님께서 기거하시던 곳이어서 고즈늑함을 기대했던 마음은 바램으로 그치고 말았지만 마당 가득했던 봄볕과 새싹을 뿜어내고 있는 연초록의 아름다움으로 기억될 봄날 오후의 나들이였다.

화요일, 3월 09, 2010

UP


사람의 삶을 이리도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던 영화 "UP"의 첫장면을 아카데미 영화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찾으니 있었다. 예측하기 힘든 세상이지만 세상을 구원하는 길은 사람간의 사랑에 있을 것이다.

금요일, 1월 22, 2010

하루키

하루키는 1978년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히로시마 카프와의 경기를 도쿄 진구구장에서 보던 중, 외국인 선수였던 데이 힐튼 선수의 시원하게 날아가는 2루타를 보는 순간 소설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1Q84를 읽다보니 그때 데이 힐튼이 2루타를 날리지 못했더라면 하는 간담 서늘해지는 생각이 든다. 점점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쉬워 내일로 미뤄가면서 읽은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키 소설의 미덕은 일상의 소소한 것과 말로 감칠맛나게 엮어 나가는데 있는거 같다. 거기다 '초자연'적인 사건을 엮어 나가는 솜씨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매력이 있다. 게다가 맥주와 일상이 주는 소소한 기쁨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