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월 31, 2007

PC통신 하이텔 서비스 종료

하이텔이 PC통신 서비스 사업을 완전히 종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큰 즐거움을 느끼던 곳이었고 결혼까지 하게된 매체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으니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각별한 추억이 서린장소가 완전히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게된 기분에 비유할 수 있을까.

학생시절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해(?) PC를 장만 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모뎀을 장착했다. 전화선을 연결한 다음 파란색 화면에 '삐이이익~~추앙캉퐝카~~’하는 신호음을 내면서 2400bps로 연결되었다는 메세지와 함께 한줄씩 열리는 세계는 경이로움 자체였다.

인문학 계열 학문을 전공했기에 당시에는 주변에서 PC통신을 직접하는 이들이 흔하지 않았다. 같이 자취생활을 하던 친구도 문외한이기는 마찬가지여서 오직 풍문으로 들은 전화비에만 관심을 가졌다. 모든 생활비를 나눠서 분담했던 그때 천리안은 별도로 청구서가 날아오니 걱정말라는 나의 말에 곧 안심을 했다. 지금 이자리를 빌어 그때의 룸메이트에게 사과를 해야 겠다. 천리안 이용료만 별도의 청구서에 기재가 되었고 전화비는 물론 별도로 청구가 되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서울에서 시작하고 1년쯤 지났을 때였다. 스산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을때 천리안의 한백오름회라는 동호회를 알게 되었었다. 97년 6월 연휴가 이어질때 산악회의 의근이형, 진기형과 함께 설악산의 용아장성능을 갔었다. 산행중에 남자 세명과 여자 한명으로 이뤄진 산행팀과 마주쳤었다. 여자의 배낭에 달려 있던 명찰에서 그들이 한백오름회라는 PC통신 천리안 모임의 회원들이라는걸 알게 되었고 산행 후 호기심에 그 모임을 찾았다. 역시 용아장성능을 산행한 이야기가 올라와 있었다. 게시판의 글을 읽고 쓰는게 지금은 아주 일상화된 일이지만 그때는 내 이야기가 그곳에 있다는거 자체로도 신기한 일로 여겨졌었다. 그들이 반고, 사사, 케이투라는 대화명을 사용하는 회원들이라는것도 알게 되었고 호기심에 몇번의 메세지들을 주고 받은 다음 나도 가입을 했다.

처음 참석했던 모임이 대전 대둔산에서 열렸던 8/15일의 월정기산행이었다. 수십명의 처음보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스산하기만 하던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에게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던 서울에서의 번개, 정모, 띠모임등의 자리에 갈때마다 느꼈던 벅찬 설레임은 참 대단한 것이었다.

접속하기 참으로 불편했던 인터넷이 점점 쉬워지고 보편화 되면서 PC통신은 사양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때의 모임은 천리안을 떠나 프리챌로 옮겼다가 지금은 네이버에서 계속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기술의 발달이 사람에게 행복까지 같이 주는건 아닌거 같다. 처음으로 가졌던 PC의 사양이 지금 손바닥에 들어오는 PDA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사양이었다. 메모리는 8MB였고 하드디스크는 340M짜리였다. 그것도 200MB면 충분하지 않겠냐고 생각을 했었다. 지금의 메모리스틱의 용량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컴퓨터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삶의 모습을 본질적으로 바꾼건 없다. 추억거리로 남아있는 PC통신에서의 의사소통의 기능이 지금이라고 별로 나아진건 없어 보인다. 정보의 양과질은 오히려 그때가 낳았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용하는 사람은 역시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살 수 밖에 없다. 없어져 가는 파란색 바탕의 PC통신에 대한 아련하고 가슴슬레었던 추억은 영원할 거 같다.

화요일, 1월 30, 2007

바벨2세



초등학교 다니던 무렵 단행본으로 봤던 만화다. 새소년에도 연재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때는 주로 소년중앙을 부록이 마음에 들때만 조르고 졸라 띄엄띄엄 사서 봤기에 연재된 만화를 봤던 기억은 없다. 만화책을 사서 보기에 여의치 않았던 사정에다 어머니 몰래 갔던 만화가게에도 단행본은 모두 있지 않았었다. 어떻게 어렵게 구한 만화책을 몇번이고 다시 봤었다. 물론 다음권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의 답답함이 지금도 남아 있었는데 37년만에 한국어판으로 정식으로 나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AK커뮤니케이션스 펴냄, 전8권, 각권 6500원 ).

원작이 일본이란것도 알았다. 아울러 그때 봤던 많은 만화영화들과 만화들도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만들어졌다는 것도 같이알게 되었다. 항상 신비한 느낌을 주었던 포세이돈과 바벨2세의 이야기를 빨리 보고 싶다.


여기에 들어가면 바벨2세에 관한 이야기와 표지사진들을 볼 수 있음.

토요일, 1월 27, 2007

핵융합 발전소

화석연료를 이용할 수 있게됨으로써 문명은 지금까지 발전해 올 수 있었을 것이다. 대표적인 석유는 얼마만큼 남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손쉽게 채취될 수 있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건 분명해 보이는거 같다. 손만 뻗치면 딸 수 있었던 사과가 이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타야 하는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태양열, 풍력발전등 여러 대체자원들이 있지만 문명사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는 효율성에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고 원자력도 가능성이 높기는 하나 발전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들이 대체에너지로써의 지위에 선뜻 오르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핵분열때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자력발전과 함께 핵융합발전도 이미 원리와 실험은 이루어져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수소폭탄으로 핵융합을 통한 에너지의 발생은 증명이 되었다. 그러나 핵분열과 달리 핵융합과정의 인위적인 조절이 힘들어 상용화가 가능한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이다.

만약 상용화 기술개발에 성공하게 된다면 인류는 또 하나의 인공태양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태양이 끝없이 빛날 수 있는 원리가 끊임없는 핵융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태양에서는 수소의 원자핵 4개가 융합해 1개의 헬륨 핵을 만드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매초 7억톤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되고 있다. 비교적 순수한 수소로 구성된 태양 중심부는 지난 45억년 동안 약 절반이 헬륨으로 바뀌었지만, 앞으로도 약 50억 년 간 수소 핵융합 반응을 지속하면서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석연료와 핵분열, 핵융합 연료를 비교해보면, 20톤의 석탄이 탈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1.5kg의 핵분열 연료로 생성할 수 있는데, 핵융합의 경우는 60g의 연료로 가능한걸로 보면 효율이 얼마나 큰것인지를 알 수 있다.

핵융합 반응의 연료는 수소의 동위원소들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이다. 중수소는 바닷물의 약 0.015%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수천만 년 동안 바닷물만 가지고도 지구상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삼중수소는 리튬이라는 금속원소를 핵융합로 안에서 핵 변환시켜 얻을 수 있는데, 리튬은 지각에 매장되어 있거나 바닷물 속에도 풍부하게 존재한다.

300g의 삼중수소와 200g의 중수소만 가지고도 고리원자력발전소보다 약 2배 큰 1백만kW급 핵융합 발전소를 하루 동안 가동시킬 수 있다. 그런데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 반발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원자핵을 합체시키려면 1억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 1억도가 되면 고체-액체-기체 외에 제4의 물질상태인 플라스마가 되는데, 지구상에는 그처럼 뜨거운 플라스마를 가두어놓을 물질이 없다.

때문에 자기력선 그물망을 형성하는 용기를 만들어 플라스마를 가두어야 한다. 1968년 구소련에서 처음으로 초고온 플라스마를 1백분의 1초 이상 가두는 토카막 장치를 개발, 그 후 토카막 장치가 세계 핵융합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플라스마는 유체적 특성, 전기적 특성, 입자적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어 다루기가 매우 까다롭다. 현재까지는 플라스마를 수십 초 동안 가두는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에서 1995년부터 추진해온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는 세계 최초로 초전도자석을 적용한 토카막형 장치로서 2007년 8월까지 준공할 예정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KSTAR의 우수성이 인정되어 한/미/일/EU/중/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시험용 설비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눈총이나 받던 한국의 핵관련 과학기술이 인류가 꿈꾸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된다.

토요일, 1월 13, 2007

Never Cry Wolf

팔리 모왓 지음 / 이한중 옮김
신국판 변형(140*200) / 240쪽 / 값 9,000원 / 2003년 7월 14일 발행 / 출판사 돌베개


개를 좋아하다보니 개의 조상인 늑대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시베리안 허스키와 알래스카 말라뮤트와 같은 북극 근처에서 살았던 개에 대한 영향때문인지 자연히 개와 늑대를 같은 동물로 착각을 하곤 했다.

사람들에게 뚜렷한 이유없이 필요 이상의 미움을 받는 동물들이 있다. 뱀, 여우, 늑대 등이 먼저 선뜻 떠오른다. 교활, 음흉등의 말로 표현되곤 하는 이와 같은 동물들이 미움을 받게된 확실한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사람들의 편견이 부른 정의의 칼에 특히 많은 희생을 겪고 있는건 분명한거 같다. 그들도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일 진데.

저자는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늑대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파견이 된다. 그러면서 그동안 가져왔던 늑대에 대한 편견을 알게 되고 서서히 그들의 삶에 감동을 받게 되지만 결국 본능적인(?)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이야기 한다. 이 한계라는게 어쩌면 동물로써의 상대방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인지 모르겠다.

야생늑대를 눈앞에서 지켜보고 때에 따라서는 그들의 식성을 연구하기 위해 늑대들이 즐겨먹는 야생쥐를 잡아먹기까지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화요일, 1월 09, 2007

올해에는 햄자격증을

아마추어 무선통신(HAM)을 알게된건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조지포스터의 슬프눈매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콘택트(Contact)가 먼저 생각이 난다.

칼세이건 박사의 원작소설이 바탕이었던 영화답게 과학적 고증과 상상력이 멋지게 어우러w진 여운이 오래오래 가는 영화였다.

영화관의 불이 꺼지면서 영화는 지구를 벗어나 태양계와 우리은하를 벗어나고 점점 먼우주로 나아가면서 과학이 파악한 우주의 끝을 지나 잠시 암흑을 보여주고 HAM을 즐기고 있는 어린 조지포스터의 눈망울에서 빠져 나오는 걸로 시작한다. 그 장면과 지구에서 발사된 전파들이 도착한 방송을 시간을 거슬러서 함께 들려 준다.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군복무때 송수신 거리 16KM의 AN/PRC-77 도 때에 따라서는 중국, 러시아음성의 전파가 수신되곤 했었다. 내가 발사한 전파를 누군가 듣고 응답을 받는다는건 설레이는 경험일거 같다.

인터넷이 보편화 되고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의 접촉도 신기할게 없어졌지만 육성을 통한 불특정 사람들과의 아날로그적인 만남은 그래도 신선한 느낌일거라는 기대를 한다.

화요일, 1월 02, 2007

새해 다짐

또 새해가 되었다. 어느새 새삼스러울것도 없는 새해 맞이가 되어 버렸다. 이맘때면 새로운 각오를 가지고 싶어진다. 올해의 각오는 "준비"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부지런한 편이 되지 못해 항상 닥쳐서 부리나케 일을 헤치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스스로에게 뒤통수를 맞을 때도 있고.

언젠가 친지가 나온 부대의 뱃지에서 이런 문구가 들어있는걸 본적이 있다.

"Knowledge For Battle"

어느 미군부대의 슬로건이었는데 아마 정보나 첩보수집부대 였을 것으로 보인다. 전투를 위한 지식 또는 정보 이렇게 해석될 수 있을거 같다. 우리나라에서의 미군의 위치와 의미를 떠나 참 멋있는 말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어떤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준비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의 대처능력과는 별개로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준비를 잘하는 한해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