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5월 09, 2017

대학로를 지나 이화동으로

누군가와 함께가 아니라면 어색한 곳들이 있다. 영화관이 그렇고 음식점이 그렇다. 혼술, 혼밥이라는 말이 익숙해져 가지만 여전히 용기가 필요한 영역인거 같다. 대학로를 걸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그곳에서 흔한 연극표 호객행위가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는걸 느끼면서 였다. 그러나 혼자서 하는 것이 좋은 취미들이 있고 사진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삼청동 근처 가회동에서 어느 사진 모임이 골목길을 왁자하게 다니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골목길에서는 화각을 잡기 쉽지 않을거 같은 망원렌즈를 장착한 DSLR을 들이 들려 있었다. 모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카메라 에까지 오지랍에 가까운 관심을 가지며 몰려 다니는걸 보면서 골목 사진을 생각한다면 혼자여야 한다는 생각을 더 굳혔던거 같다.  

이화동과 서울성곽이 만나는 곳 부근이었다. 파랑색 대문과 노랑색 소국의 대비가 눈에 띄었다.  



대학로의 어느 골목에 자리잡은 커피집으로 이어지는 골목길 모습. 비틀즈의 앨범 "Abbey Road"의 표지 그림이 연상되는 벽화와 고양이 및 소품들이 좋았던 곳이었다. 저런 곳에서 기분좋게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한시간쯤 일찍 나가 기분좋은 음악이나 책을 보며 기다려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공사 가림막이 봄바람을 가득 안은 모습. 다음번에 찾을 무렵이면 또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겠지. 이렇게 도시는 서서히 계속해서 변화해 갈 것이다.



봄볕을 잔뜩 쬐고 있는 골목길의 풍경.





남산서울타워를 배경으로 고층건물, 이화동의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과 다세대 주택, 그리고 옥상을 까페로 개조한 모습까지 뒤섞인 모습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변해가는 도시의 시간을 보여주는거 같았다.



벽화마을로 유명하지만 서울성벽으로 이어지는 비탈길이 주거공간으로 가득 채워진 주거 공간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구경다니는 입장에서 주민들 눈에는 되도록 띄지 않으려 한다.


이화동을 찾은 이야기면 빠지지 않고 만나게 되는 장면.



비슷한 위치였지만 이 사진이 좀 더 좋은거 같다. 사진에서 강아지가 빠지고 나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황사 낀 날씨와 겹쳐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거 같다. 아니면 강아지만 넣었으면 느낌이 달라졌을거 같다. 그런데 왜 사람이 들어가면 쓸쓸한 느낌이고 강아지면 아닐거 같은걸까.



어르신 쉼터 시설의 앞마당에 피어있던 라일락. 찐한 향기와 봄볕을 한껏 즐기고 싶었으나 어르신들이 계셔서 금방 돌아서서 나왔다.



길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여느 주택가 골목과 다름없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리스 해변의 주택들이 흰색으로 칠해져 인상적인 기억을 남기듯이 이런 골목풍경과 어울리는 벽화를 그리는것이 주거환경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계기도 될 수 있을거 같다. 벽화가 그려져 있는 오른쪽 주택은 어떤 예술활동을 하는 이들이 사무실로 활용하는 공간으로 보였다. 사람들이 연신 출입을 했고 옥상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울성벽을 지나 창신동으로 내려오면서 만났던 풍경. 의도했던 아니던 단조로운 건물의 뒷모습에 나름 포인트를 주는거 같았다.

일요일, 5월 07, 2017

어느날 골목길 탐닉

대체로 혼자서 하는 취미를 즐기는 편이다. 책을 읽거나 산을 가는 것이 그렇고 사진을 찍는 것이 그렇다. 한때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의 모임에서 활동했던 적이 있었다. 여러가지 좋은점들이 있었지만 관성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같이 하는 것이 어려워 졌던거 같다. 모임에 참여하기전에는 그들의 모습을 부럽게 여겼던거 같다. 한동안은 나도 어딘가에 소속된것이 위안이 되었고 자랑이기 까지 했었다. 친목단체의 성격이 점차 강해지면서 자연 스럽게 다시 이전의 혼자서 활동을 하던 생활로 되돌아 갔다. 다시 혼자 활동하는 것이 모임을 할때 보다 더 내실을 가득채진 듯한 느낌이 든다.

사진은 원래 혼자 다니는 것이라 여겼었다. 집단 창작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어울려 글을 쓰는 것이 자연 스럽지 못하듯이 사진 역시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한 성질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혼자 다니는걸 좋아하는 천성에 잘 어울리는걸 자연 스럽게 체득했다는 생각을 했었다. 시간과 함께 퇴색해가는 풍경을 보고 사진에 담는 행동에 누군가 같이 있는 것이 그닥 자연스러울거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디나 인파로 북적이는 곳이어도 그곳에서 몇걸음만 벗어나면 한적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사진속에 사람의 모습을 당연히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연출이던 아니던 사진의 구도를 완성시키는 당연한 구성인줄 알았었다. 초상권에 대한 부담부터 낯선이에 대해 굳이 양해를 구해야하는 불편함까지 사진을 즐기기 위해 감수해야할 부담은 모든것을 압도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던거 같다.



어느 순간 아예 사람을 빼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굳이 사람을 풍경의 소재로 삼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지 않은 바에야 거기에 연연하지 말고 사물과 풍경에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소심한 타협이었지만 마음편하게 카메라를 들고 좋아하는 장소를 마음껏 다니는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사람을 사진속 소품처럼 넣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었다. 그리고 눈길을 끄는 사물과 풍경 자체가 사람이 만들어낸 것들이 아니던가. 자연 풍경을 담지 않는다면 이런 골목, 낯선 풍경을 맞이하는거 자체가 사람을 만나고 풍경속에 담아내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러면서 사진찍기는 다시 즐거운 취미생활로 내 삶에 들어올 수 있었다.



황학동 삼일아파트 계단의 모습이었다. 아파트 현관 창문 틈새로 내리쬐는 봄햇살이 계단에 살짝 비치는 모습이 좋았다. 시간의 두께가 쌓여야 볼 수 있는 풍경인거 같다. 




삼일아파트 앞에 있던 어느 공장의 모습이었다. 휴일이어서 인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슬레트 지붕을 그때마다 수리하면서 투명한 재질로 교체하면서 이런 빛의 모습을 빚어 낼 수 있었던거 같다. 시간의 두께가 쌓여야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풍경이었다.



삼일아파트와 건너편 새롭게 지어진 황학동 롯데캐슬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비춰져 카메라에 담았다. 시간은 언제나 선형으로만 흐르지는 않는거 같다. 때로는 이렇게 동시적으로 흐르면서 새로운 환경과 모습들을 빚어내는거 같다. 언젠가 독일의 어느 중소도시로 출장을 갔을 때 였다. 왠만해서는 예전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해 마을을 이룬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사는 동네 모습이 너무 빨리 변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사람도 마음속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지나간일, 끝난일은 깨끗이 지우거나 잊기를 원하거나 그렇게 하기를 말을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그렇게 한켠에는 어떤 형태로든지 공존을 하면서 살아가는거 같다.





발걸음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근처로 이어졌다. 건물의 인도와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목의 경계에 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한 자전거 세대가 세워지면서 묘한 구성을 이뤘다. 거리사진의 묘미는 이런 우연한 장면을 만나는데 이뤄지는데 있는거 같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웅장한 모습을 나름의 느낌으로 담았다. 건물의 기하학적 기둥과 건너편 건물 간판의 그림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좋았다. 이런 곳에서는 한동한 앉아 시간을 즐기고 싶다.



일부러 만든 무늬였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우연이든 일부러 만들었던 기분 좋아지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