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2월 29, 2018

제무시 트럭을 보다

80년대 초반이었다. 동네에 있던 저수지 매립공사가 이뤄지면서 갑자기 트럭들의 왕래가 늘었다. 그때도 파랑색의 각이진 트럭을 보면서 저건 정말 오래된 차라는걸 알 수 있었다. 그때 이후 90년대 초반 군생활을 하면서 강원도 화천 어느 마을 근초에 숙영을 하면서 파랑색의 각진 이 차량을 다시 봤었다. 적장비 식별 교재에서 볼 수 있었던 '승리58'이라는 이름의 북한이 이용하는 트럭이 여기에 있다며 웃었지만 그때 역시 이런 오래된 물건이 아직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 했었다.

이 트럭이 원래 미국의 군사원조로 군에서 도입 운영되다가 민간에 불하된 물량들이라고 한다. 가솔린 엔진을 디젤로 개조하는등 변화가 있었지만 6륜 구동에 태생적으로 튼튼한 차체를 가져 어릴때 봤던 공사장의 덤프트럭부터 왠만한 차량은 엄두도 못낼 산판길을 다니는 용도로 이용되었던 모양이다.

20년이 훨씬 지난 2016년 경기도 장흥으로 워크샵을 갔다가 아침일찍 숙소 근처를 산책하는 길에 이 차를 다시 만났다. 92년 초겨울에 봤던 그 트럭이 실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고 사진으로라도 남기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반가움은 더욱 컸다. 신기한 생각이 든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 차가 처음 나왔을때의 모습과 빛깔은 퇴색 되었지만 그것들이 사라진게 아니라 묵묵히 세월을 헤쳐 오면서 이차의 존재의 의미와 아름다움으로 차곡이 쌓여졌던거 같다.


M35 트럭관련 정보

1. [보배드림컬렉션12-자동차] 제무시(GMC) M35
2. 2½톤 트럭 - 나무위키














 

일요일, 12월 02, 2018

청담동

청담동에 본사가 있는 사무실로 출퇴근을 할때가 있었다. 그때는 그곳이 부촌이라는걸 몰랐다. 대기업에 인력파견을 통한 인건비 마진이 주수입원이었던 회사에 다녔었고  점심이나 저녁도 근처의 분식집에서 끼니를 때우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고 그런걸 느끼지 못했던게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한참이 지나고 청담동이 가지는 동네의 성격을 알고서 다시 그 동네를 갈일이 있었다. 발렛파킹을 위한 사람들과 시설이 유난히 많은것과 고급 브랜드 매장이 널찍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게 역시 소문대로 여기가 부촌으로 불리는 이유를 말해 주는구나 하는걸 느꼈다. 


도산공원 근처에 이런 낡은 빌라건물도 있었다.  동네가 생긴 시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곳에 이런 건물이 왜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건 속물근성 때문일까. 요즘의 부동산 업계 분위기라면 그냥 새로 짓고 부동산 가치를 올릴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이런 동네에서 보기드문 광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근사한 옷집들이 많았다. 어떤 것이든지 차별을 두고 싶어하는게 사람의 본성 인거 같다. 원하는 수준을 정하고 거기에 포함되는 이와 아닌이들을 구분짓고 싶어한다. 그게 마케팅의 수단이 된다. 급이 다른 가격표와 물건이 있는 매장을 들어서는 프라이드를 사고 파는게 아닐까.


이런곳에 치킨집이라니.. 하는 생각을 하는건 나같은 사람이나 하는 생각일까.


계속 새로운 건물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젓봇대와 전기선들은 이곳이 이렇게 까지 발전할줄 몰랐다는 돈을 보지 못하는 이들의 현실을 어지러운 마음을 보여주는거 같았다. 

토요일, 12월 01, 2018

홍대 근처

홍대역에서 내려 늘하던대로 뜻밖의 순간을 만날걸 기대하면서 무작정 걸었다. 언제적 찍은 사진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어느해 늦여름 정도였던거 같다. 카메라의 날짜등 기본 정보를 셋팅하는 배터리가 방전된지 오래여서 맞춰놔도 계속 초기값으로 돌아가 파일에 있는 날짜 정보는 의미가 없다. 새카메라를 장만할까 하면서도 이걸 수명이 다할때 까지 써보고 싶은 생각도 강해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사실상 전자기기들의 수명이라는게 싫증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으니.  


매번 사진을 정리하는게 아니다 보니 이 강아지를 홍대나들이때 담은건지도 잘 모르겠다. 요즘은 보기힘든 발발이로도 불리던 믹스견으로 보였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반겨 한참을 쓰다듬었었다. 


늦여름 햇살을 한껏 받고 있던 까페겸 꽃집의 햇살을 담았다. 커피향 가득 맡으며 글씨 또는 타이핑을 하는 것도 꽤 좋을거 같았다.



단조로울 수 있는 까페입구였던거 같은데 애니메이션 포스터와 사선으로 비치는 햇살이 만나 꽤 근사한 장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몇발자국 더가서 본 모습. 다세대 주택의 1층을 까페로 개조 한거 같았다. 그래피티가 좀 더 화려하게 칠해지면 좋을거 같다.


어느 모퉁이 돌아서다가 만난 모습. 아마도 건물 가득히 받고 있는 햇살이 좋아 카메라를 들었던거 같다.


원색은 빛을 받으면 또 다른 변신을 하는거 같다. - 노출을 주면 더 좋았을거 같다. 보저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패스.



포니2. 얼마전 까지 만들어진지 25년이 지난 자동차를 몰고 다녀본 경험이 있어 이런 자동차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이유는 조금은 안다. 부품들 교체주기만 지켜주면 사실상 수명이라는게 얼마든지 연장될 수 있는거 같았다. 실용적인 목적으로 차를 몰던거여서 폐차를 결정했지만 그런 실용성외에 애정을 쏟아 부을 작정이면 40년, 50년 이상 운행도 문제 없을거 같다. 이차도 이미 40년을 지났지 않은가.


햇빛이 노랑색 표시선을 지나는 모습 때문에 카메라를 들지 않았을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옛날 건물은 일단 사진에 담고 싶다. 일제시대때 자리 잡았던 근대 건축물의 흔적이 간신이 남아 있는거 같은 이곳도 없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늦여름 무렵의 맑은 햇살을 받아 남색과 노랑색이 더 선명하게 빛났던 레스토랑 이었다. 지붕의 펠리칸과 거위 인형도 독특한 분위기를 더해 주었다.


21세기가 되어서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해학을 주고 있는 둘리.











알루미늄 캔을 잘라 바람개비를 만들어 담벼락을 장식했다. 그냥 장식이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방범의 목적도 있었을까.  이걸 만든이는 정말 근사한 사람일거 같다.


이런 순간을 만나는게 사진을 찍는 큰 즐거움인거 같다. 해가 질무렵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그때 어느 가게의 장식용 네온사인에 햇살이 걸쳤다. 뜻밖의 행운을 얻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