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5월 07, 2017

어느날 골목길 탐닉

대체로 혼자서 하는 취미를 즐기는 편이다. 책을 읽거나 산을 가는 것이 그렇고 사진을 찍는 것이 그렇다. 한때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의 모임에서 활동했던 적이 있었다. 여러가지 좋은점들이 있었지만 관성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같이 하는 것이 어려워 졌던거 같다. 모임에 참여하기전에는 그들의 모습을 부럽게 여겼던거 같다. 한동안은 나도 어딘가에 소속된것이 위안이 되었고 자랑이기 까지 했었다. 친목단체의 성격이 점차 강해지면서 자연 스럽게 다시 이전의 혼자서 활동을 하던 생활로 되돌아 갔다. 다시 혼자 활동하는 것이 모임을 할때 보다 더 내실을 가득채진 듯한 느낌이 든다.

사진은 원래 혼자 다니는 것이라 여겼었다. 집단 창작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어울려 글을 쓰는 것이 자연 스럽지 못하듯이 사진 역시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한 성질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혼자 다니는걸 좋아하는 천성에 잘 어울리는걸 자연 스럽게 체득했다는 생각을 했었다. 시간과 함께 퇴색해가는 풍경을 보고 사진에 담는 행동에 누군가 같이 있는 것이 그닥 자연스러울거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디나 인파로 북적이는 곳이어도 그곳에서 몇걸음만 벗어나면 한적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사진속에 사람의 모습을 당연히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연출이던 아니던 사진의 구도를 완성시키는 당연한 구성인줄 알았었다. 초상권에 대한 부담부터 낯선이에 대해 굳이 양해를 구해야하는 불편함까지 사진을 즐기기 위해 감수해야할 부담은 모든것을 압도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던거 같다.



어느 순간 아예 사람을 빼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굳이 사람을 풍경의 소재로 삼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지 않은 바에야 거기에 연연하지 말고 사물과 풍경에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소심한 타협이었지만 마음편하게 카메라를 들고 좋아하는 장소를 마음껏 다니는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사람을 사진속 소품처럼 넣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었다. 그리고 눈길을 끄는 사물과 풍경 자체가 사람이 만들어낸 것들이 아니던가. 자연 풍경을 담지 않는다면 이런 골목, 낯선 풍경을 맞이하는거 자체가 사람을 만나고 풍경속에 담아내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러면서 사진찍기는 다시 즐거운 취미생활로 내 삶에 들어올 수 있었다.



황학동 삼일아파트 계단의 모습이었다. 아파트 현관 창문 틈새로 내리쬐는 봄햇살이 계단에 살짝 비치는 모습이 좋았다. 시간의 두께가 쌓여야 볼 수 있는 풍경인거 같다. 




삼일아파트 앞에 있던 어느 공장의 모습이었다. 휴일이어서 인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슬레트 지붕을 그때마다 수리하면서 투명한 재질로 교체하면서 이런 빛의 모습을 빚어 낼 수 있었던거 같다. 시간의 두께가 쌓여야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풍경이었다.



삼일아파트와 건너편 새롭게 지어진 황학동 롯데캐슬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비춰져 카메라에 담았다. 시간은 언제나 선형으로만 흐르지는 않는거 같다. 때로는 이렇게 동시적으로 흐르면서 새로운 환경과 모습들을 빚어내는거 같다. 언젠가 독일의 어느 중소도시로 출장을 갔을 때 였다. 왠만해서는 예전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해 마을을 이룬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사는 동네 모습이 너무 빨리 변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사람도 마음속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지나간일, 끝난일은 깨끗이 지우거나 잊기를 원하거나 그렇게 하기를 말을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그렇게 한켠에는 어떤 형태로든지 공존을 하면서 살아가는거 같다.





발걸음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근처로 이어졌다. 건물의 인도와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목의 경계에 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한 자전거 세대가 세워지면서 묘한 구성을 이뤘다. 거리사진의 묘미는 이런 우연한 장면을 만나는데 이뤄지는데 있는거 같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웅장한 모습을 나름의 느낌으로 담았다. 건물의 기하학적 기둥과 건너편 건물 간판의 그림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좋았다. 이런 곳에서는 한동한 앉아 시간을 즐기고 싶다.



일부러 만든 무늬였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우연이든 일부러 만들었던 기분 좋아지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