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9월 12, 2006

그래도 명왕성은 돌겠지

얼마전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에서 빠지게 되었다는 뉴스가 오르내렸다. 태양계의 행성이 되고 안되는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퇴출, 박탈"등의 좀 살벌한 말들로 포장되어 있어 좀 눈에 거슬리기도 했다. 행성이든 아니든 명왕성은 지금도 열심히 그의 궤도를 돌고 있다는거에는 변함 없을 테니.

명왕성에 대해 자료를 찾아 봤다.

명왕성은 워낙 멀리 있고 크기도 작고 희미해서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그러나 명왕성은 첫눈에 다른 8개의 행성과는 구별된다. 태양으로부터 평균거리가 39.44AU이지만, 근일점거리 43억2천만km, 원일점거리 73억6천만km로 궤도가 매우 찌그러져 있다. 때문에 일정 기간에는 해왕성의 궤도 안쪽으로 들어온다. 1979년에 해왕성 안쪽으로 들어와서 1999년 2월에 다시 바깥으로 나가기까지 명왕성은 실상 8번째 행성이었다. 황도면과의 기울기 또한 특이하다. 다른 행성들이 7도 이내의 궤도면 기울기를 가진 것과 달리 명왕성의 궤도 기울기는 무려 17도나 된다.태양계 외곽에 있는 행성들은 대체로 목성과 같이 질량이 큰 거대행성들이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이들이다. 그러나 명왕성은 위성 샤론까지 합쳐도 질량이 지구의 1천분의 1도 안된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명왕성이 애초에 해왕성의 위성이었다가 떨어져 나온 것이거나, 혜성이 궤도가 변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명왕성이 행성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 것은 지난 1992년부터 발견되기 시작한 카이퍼벨트에 속하는 소행성들 때문이었다. 1950년 경 미국의 천문학자 카이퍼는 명왕성 바깥에 혜성과 같은 성분을 띤 작은 천체들이 무수히 많이 있을지 모른다는 제안을 했다. 이들은 목성과 화성사이의 소행성대처럼 거대한 소행성의 띠를 이루면서 인력에 이끌려 태양 쪽으로 끌려들어와 혜성이 된다고 보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30-1백AU 사이의 카이퍼벨트에 속하는 소행성들이 수십여개가 발견됐다. 카이퍼벨트의 존재를 확인한 것을 계기로 과학자들은 명왕성이 카이퍼벨트에 속하는 천체의 우두머리 격에 해당하는 천체라고 확신하게 됐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이러한 명왕성을 행성으로 불러야할지를 놓고 천문학자들을 통해 전자메일 투표를 하려고 한 적도 있다. 일부 국제천문연맹 과학자들은 명왕성을 ‘소행성 10000’으로 불러 소행성 중에서도 기념할 만한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자고 하는가 하면, 다른 학자들은 해왕성 바깥의 천체들을 대표한다는 뜻으로 ‘해왕성 역외 천체(Trans-Neptune Object) 1호’로 부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그리 의미를 얻지 못한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논의에 불과했다. 이시우 교수(전 서울대 천문학과)는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행성을 말할 때는 명왕성은 아예 제쳐두고 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한다. 이미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는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며, 물리화학적 특성으로 볼 때 카이퍼벨트의 천체라는 것에 이견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시우 교수는 “만일 명왕성이 궤도를 약간만 달리 잡아 태양 가까이로 오게 됐다면 아마 혜성이 돼 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천문연맹은 지난 2월 명왕성을 소행성으로 재분류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명왕성을 계속해서 행성(Planet)으로 부르기로 했다. 천문학자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아홉 행성의 막내로써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전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과 같이 표면이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형’ 행성과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처럼 가스층으로 덮힌 ‘목성형’ 행성과 달리 명왕성은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 대부분이 얼음으로 이뤄져 행성으로 보기에 부족했다. 자신이 속한 ‘카이퍼 벨트’에서 상당한 크기의 천체가 계속 발견돼 불안한 상태로 행성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비슷한 공전궤도에서 명왕성보다 큰 지름 3,000km의 제나라 불리는 ‘2003UB313'이 2003년에 발견돼 퇴출 명분이 명확해진 것이다.

명왕성의 행성 지위상실을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에 비유해 쓴 기사가 있었다. 참 적절한 비유를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궤도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사회의 비정함을 날카롭게 묘사했다.

"... 우리 사회의 가장 변두리에서 한명의 인간이고자 애면글면 살아가다 끝내 '퇴출'당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시설 생활인들이다. 일그러지는 몸으로 남들과 다른 생활 궤도를 살아야 하는 중증 장애인들, 더욱이 돌봐줄 사람조차 없는 이들이 사회의 냉혹한 배웅 속에 시설 안으로 쫓겨난다. .. " 06/09/10 한겨레 신문 [아침햇발] 명왕성아, 잘 있니? / 박용현

2주전이었던가 인사동에 들렀다가 교보문고로 가는길에 종로구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보았다. 위의 기사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 사람들의 이유가 뭔지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내 생활과는 전혀 다른 궤도의 사람들이었다. 이런 상황인데 그들과 나는 같은 사회의 구성원 일 수 있는 걸까. 함께 대한민국이라고 외칠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