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진행되었었다. F-15, EF-2000, 라팔, 수호이-35 이렇게 네개의 기종이 후보에 올랐었고 기종선정 과정의 외압설과 함께 평가단장이 구속되는등 많은 논란 끝에 F-15로 낙찰되었었다. 당시 김동신 국방부 장관이 기종이 결정되기전 미국을 방문했을때 럼스펠드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기종선정은 한미동맹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말이 언론에 보도되었었다. 그때 이미 내부적으로는 F-15로 결정된 상태에서 나머지 기종들은 들러리로 세웠었구나를 확신할 수 있었다.
한미동맹이라는 말한마디에 모든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되어 버리는 우리나라 분위기에서 당연한(?) 결정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각 기종들의 장단점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지 않았고 또 그럴 능력도 없었지만 뭐 어느게 선택되던 공군력이 강해지는데는 큰차이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2001년 에어쇼장에서 받았던 라팔 화보집 까지 그냥 폐지함 속에 버렸고 관심도 없어져갔다. 물론 조종석을 직접 보면서 느꼈던 F15와 유럽전투기들의 세대차이(?)에 대한 의문도 묻어버리면서.
그런데 지난 여름 F-15K가 추락한 이후 다시 이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터넷 여기저기서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많은 내용이 F15를 지지하는 것들이고 라팔을 비하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감정적인 내용들이 많아 제대로 된 자료들은 드물었다. 그중에 꽤 논리적으로 설명된 내용들도 있었다. 뭔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져 갔다.
당시 FX사업에 대한 주요 의견중 하나가 "사업연기"였었다. 지금도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의견을 볼 수 있다. 기종 결정을 다음 정권으로 미루고 1~2년정도 더 시간을 주어서 미개발 상태였던 라팔, EF-2000의 개발진행 상황을 볼 수 있었으면 다른 결론이 날 수 있지 않았을까. 페이퍼상의 전투기라고 폄하되었던 유럽 전투기들의 논란도 잠재울 수 있었을 테고 입찰 업체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얻을 기회를 얻게 되었을 것이다. 유럽 전투기 라팔, 타이푼은 속속 실전에 배치되고 있다. 앞으로도 이 전투기들에 최신기술들이 계속 적용되고 업그레이드 될것이다. 15K 와의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수 밖에 없을거 같다.
그때 나는 "사업연기"라는 말을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었다. 노후 기종의 대체라는 사업목적도 있었기에 당장 들여오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거 같았다. F15K의 장점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미공군이 운용중에 있는 기종이었고 검증된 비행기여서 제일 빨리 납품을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다른것을 선택해도 뭐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F15K도 여태 4대밖에 들여 오지 못했다. 게다가 한대는 "G-LOC으로 인한 조종사 의식상실"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추락해 버렸고 나머지 기체들도 과연 내년까지 모두 들어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하기 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때까지 수입은 불가피할 것이다. 40대로만 끝날 문제가 아니다. 계속 들어올 전투기들이 합리적으로 선택될 수 있도록 여론이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한미동맹이라는 말이 선택의 우선요소가 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금요일, 9월 22, 2006
FX사업은 제대로 되었던 걸까
금요일, 9월 15, 2006
대추리의 빈집철거
미군기지가 들어설 대추리의 빈집들에 대한 철거작업이 진행되었다는 뉴스를 봤다. 우리나라 군부대의 이전과 공공시설의 설치에는 그렇게 반대의견을 존중(?)하는 정부가 미군부대의 이전에는 신기할 정도로 신속한 대응과 추진을 하고 있다. 어떤 일에 미국이 조금이라도 연관되면 이성적인 판단력이 멈춰버리는 분위기가 우스웠다. 미국이 하는 것이니.. 하는 식의 진지하게 보이는 듯한 현실론을 말하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버렸다. 그러면서 그곳 주민들과 도움을 주려는 이들의 저항을 한낱 반대만 일삼는 무리들의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해 버린다.
먼저 세계최강의 미국이 하는 행동인데.. 어쩔 수 있냐는 말을 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조선을 일본에 넘긴 매국노들이 동북아 최강의 국가인 일본에게 저항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우리도 좋아서 이러는것 아니다. 그들이 하자는데로 하는 수 밖에 없다." 라고 말한다면 그건 현실을 아주 직시한 판단으로써 정당화 될 수 있는 건지.. 또 다른 하나, 향후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성장했을때 고구려 역사 뿐 아니라 백두산까지 자기네 땅이라고 한다면 "세계 최강의 중국이 그러는데 어쩔 없다." 며 현실론을 펼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
출근길에 두번의 플랭카드를 보게 된다. 하나는 경기도와 서울의 접경지역쯤에 국군도하사령부의 이전을 반대한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양재IC 근처에서 추모공원의 건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둘다 몇년째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거기에 살던 주민을 나가라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그런 군부대와 혐오시설(?)이 들어온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만큼 난리들인데 멀쩡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나가라고 하는데 대추리에서 벌어지는 저항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주한미군의 역할변화와 기지이전의 성격, 주변국가와의 정치적 문제 부터 이전비용, 원주민 대책까지 제대로된 논의과정과 설명이 한번도 없었다. 진지한 설명과 대안 제시, 합의가 없는 미군기지의 이전은 계속해서 더큰 문제를 일으키며 나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화요일, 9월 12, 2006
그래도 명왕성은 돌겠지
얼마전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에서 빠지게 되었다는 뉴스가 오르내렸다. 태양계의 행성이 되고 안되는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퇴출, 박탈"등의 좀 살벌한 말들로 포장되어 있어 좀 눈에 거슬리기도 했다. 행성이든 아니든 명왕성은 지금도 열심히 그의 궤도를 돌고 있다는거에는 변함 없을 테니.
명왕성에 대해 자료를 찾아 봤다.
명왕성은 워낙 멀리 있고 크기도 작고 희미해서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그러나 명왕성은 첫눈에 다른 8개의 행성과는 구별된다. 태양으로부터 평균거리가 39.44AU이지만, 근일점거리 43억2천만km, 원일점거리 73억6천만km로 궤도가 매우 찌그러져 있다. 때문에 일정 기간에는 해왕성의 궤도 안쪽으로 들어온다. 1979년에 해왕성 안쪽으로 들어와서 1999년 2월에 다시 바깥으로 나가기까지 명왕성은 실상 8번째 행성이었다. 황도면과의 기울기 또한 특이하다. 다른 행성들이 7도 이내의 궤도면 기울기를 가진 것과 달리 명왕성의 궤도 기울기는 무려 17도나 된다.태양계 외곽에 있는 행성들은 대체로 목성과 같이 질량이 큰 거대행성들이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이들이다. 그러나 명왕성은 위성 샤론까지 합쳐도 질량이 지구의 1천분의 1도 안된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명왕성이 애초에 해왕성의 위성이었다가 떨어져 나온 것이거나, 혜성이 궤도가 변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명왕성이 행성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 것은 지난 1992년부터 발견되기 시작한 카이퍼벨트에 속하는 소행성들 때문이었다. 1950년 경 미국의 천문학자 카이퍼는 명왕성 바깥에 혜성과 같은 성분을 띤 작은 천체들이 무수히 많이 있을지 모른다는 제안을 했다. 이들은 목성과 화성사이의 소행성대처럼 거대한 소행성의 띠를 이루면서 인력에 이끌려 태양 쪽으로 끌려들어와 혜성이 된다고 보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30-1백AU 사이의 카이퍼벨트에 속하는 소행성들이 수십여개가 발견됐다. 카이퍼벨트의 존재를 확인한 것을 계기로 과학자들은 명왕성이 카이퍼벨트에 속하는 천체의 우두머리 격에 해당하는 천체라고 확신하게 됐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이러한 명왕성을 행성으로 불러야할지를 놓고 천문학자들을 통해 전자메일 투표를 하려고 한 적도 있다. 일부 국제천문연맹 과학자들은 명왕성을 ‘소행성 10000’으로 불러 소행성 중에서도 기념할 만한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자고 하는가 하면, 다른 학자들은 해왕성 바깥의 천체들을 대표한다는 뜻으로 ‘해왕성 역외 천체(Trans-Neptune Object) 1호’로 부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그리 의미를 얻지 못한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논의에 불과했다. 이시우 교수(전 서울대 천문학과)는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행성을 말할 때는 명왕성은 아예 제쳐두고 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한다. 이미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는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며, 물리화학적 특성으로 볼 때 카이퍼벨트의 천체라는 것에 이견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시우 교수는 “만일 명왕성이 궤도를 약간만 달리 잡아 태양 가까이로 오게 됐다면 아마 혜성이 돼 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천문연맹은 지난 2월 명왕성을 소행성으로 재분류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명왕성을 계속해서 행성(Planet)으로 부르기로 했다. 천문학자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아홉 행성의 막내로써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전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과 같이 표면이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형’ 행성과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처럼 가스층으로 덮힌 ‘목성형’ 행성과 달리 명왕성은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 대부분이 얼음으로 이뤄져 행성으로 보기에 부족했다. 자신이 속한 ‘카이퍼 벨트’에서 상당한 크기의 천체가 계속 발견돼 불안한 상태로 행성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비슷한 공전궤도에서 명왕성보다 큰 지름 3,000km의 제나라 불리는 ‘2003UB313'이 2003년에 발견돼 퇴출 명분이 명확해진 것이다.
명왕성의 행성 지위상실을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에 비유해 쓴 기사가 있었다. 참 적절한 비유를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궤도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사회의 비정함을 날카롭게 묘사했다.
"... 우리 사회의 가장 변두리에서 한명의 인간이고자 애면글면 살아가다 끝내 '퇴출'당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시설 생활인들이다. 일그러지는 몸으로 남들과 다른 생활 궤도를 살아야 하는 중증 장애인들, 더욱이 돌봐줄 사람조차 없는 이들이 사회의 냉혹한 배웅 속에 시설 안으로 쫓겨난다. .. " 06/09/10 한겨레 신문 [아침햇발] 명왕성아, 잘 있니? / 박용현
2주전이었던가 인사동에 들렀다가 교보문고로 가는길에 종로구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보았다. 위의 기사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 사람들의 이유가 뭔지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내 생활과는 전혀 다른 궤도의 사람들이었다. 이런 상황인데 그들과 나는 같은 사회의 구성원 일 수 있는 걸까. 함께 대한민국이라고 외칠 수 있는 걸까.
월요일, 9월 04, 2006
가을 느낌.
가장 좋아하는 계절 얘기가 나오면 항상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그 때" 라고 대답을 하곤 했다. 아직 여름에 있지만 어느날 아침 이나 저녁 무렵에 스며있는 서늘한 느낌이 참 좋기 때문이다.
어제 휴일 당직 근무를 서고 10시경 사무실을 나설때 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기운이 막 밀려오고 있었다. 올해 들어 그런 느낌을 받은건 어제가 처음은 아니었다. 출근길 건널목앞에 서있을때 짧아져 채 아파트를 넘지 못하고 있는 햇살 하며 열대야로 밤잠을 설칠때 문을 열어도 더운 바람이 들어오는 기운이 더이상 느껴지지 않았을때 부터 가을이 어느새 찾아오고 있구나 하는건 머릿속으로 헤아리고 있었다. 왠지 어제서야 나는 가을이 왔구나 하는걸 머리부터 몸까지 받아들이게 된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면 참 센티멘탈한 일들도 많았고 산에도 자주 찾아갔던거 같은데 예전과는 다른모습으로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이런 것들은 계속 가져가고 싶다.
매년 맞이해온 가을이지만 91년 화악산 진지공사때의 가을이 내 몸속에 남아있는 가장 찐한 가을인거 같다. 그해 늦여름부터 시작해 가을이 되어서야 끝이났던 작업내내 화악산에서 숙영을 했으니 그냥 가을이 오는 계절속에 풍덩 빠져 있었던것이다. 얼마전 이칠봉을 찾았을때 작업이 끝나고 숙영지로 돌아가던 군사도로에서 그때기분에 잠시나마 회상하고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들로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서둘러 내려오기도 빠듯해 아쉬웠다. 이 가을이 다가기전에 꼭한번 다시 가고 싶다.
그리고 이 가을.. 새로운 가을 느낌들을 가득가득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