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출장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열차시간을 조금 늦추고 보수동 헌책골목을 찾았다. 자갈치 시장역에 내려 시장골목이 끝나는 곳에 있었다. 세월이 겹겹이 쌓인 이런 골목길을 걷는 즐거움에 헌책방을 찾는 즐거움까지 더해져 즐거움은 더 컸다.
헌책방에는 알라딘과 같은 기업화된 중고서점이 가지지 못하는 시간의 나이테를 품고 있는거 같다. 헌책방은 다시 읽힐만한 책들이 다시 한번더 주인을 만나기 위해 있는 곳이다. 대개 분류되지 못하고 겹겹이 쌓여 있기 마련이어 어떤 운명의 힘이 그 책과 나를 우연히 그곳으로 이끌어 만나게 한것같은 '경이로운 즐거움'이 있다.
또 헌책방을 갈때는 어떤 책을 사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그냥 마음에 드는 책이면 된다는 마음으로 가게된다. 그런 기분이 오래된 골목길을 그냥 걸으며 우연히 마주치게되는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는 즐거움과도 비슷하다.
보수동 헌책방으로 가는길에 담았던 풍경과 책 몇권을 가방에 담고 부산역으로 향했던 기분은 뭔지 모를 뿌듯함으로 꽉찬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