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8월 03, 2013

동묘 공원 나들이

아마도 90년대 말이었던거 같다. 삼국지의 관우장군의 사당이라기에 호기심에 발길을 들어섰던거 같다. 재개발과 함께 사라진줄 알았던 황학동의 벼룩시장이 이곳에 열리고 있었다. 신설동 풍물시장이 생기기 전 일부는 동대문 운동장으로 갔고 나머지는 여기에 자리를 잡았던거 같다. 겨울의 동묘는 어쩌면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듯한 이들이 모이고 세월과 함께 빛이 바래가는 건물들이 많은 그동네와도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금융위기에 빠져 스산했던 사회분위기까지.



  동묘는 동관왕묘를 줄인 말로 관제묘(關帝廟)로도 불렸다. 동묘는 임진왜란 때 관우의 혼령이 일본군을 격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여 선조 35년(1602)에 건립된 것이다. 동묘는 서울의 관우사당 중 가장 큰 것으로, 임진왜란과 외세개입이라는 아픈 역사의 상징물로 남아 있다. 이 건물은 중국식 건축양식을 갖고 있다.



낡고 빛바래가는 모습을 좋아하는 나에게 동묘와 그주변의 장소들은 매력적인 곳이다. 왁자한 시장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근사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그곳은 꽉찬 풍경과 숨을 돌리기 힘들만큼 볼거리와 살거리들로 가득찬 곳이다. 하늘까지 꽉찬 전기줄마냥 수많은 사연들이 엮여 있다. 


잡다한 것들 뒤적거리기 좋아하는 성향의 나에게 이런 벼룩시장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호기심을 자극하고 채워주는 곳이다. 어릴적 학교를 마치면 친구와 쓰레기 매립장을 헤맸던 기억이 있다. 근처 갈대밭에 몸을 말리러 나온 뱀을 볼 수 있다는 호기심에 찾았던 곳이었지만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쓰레기통의 내용물들이 모인 끔찍한 곳일거라는 생각과 달리 이런 물건이 여기 왜 있을까 하는 것들의 천지 였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쓸만한 물건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 기억은 지금도 아파트 재활용 코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버릇으로 남아 있다.


동묘의 벼룩시장도 그런 기억의 연장선상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쓸모를 다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줄 쓸모를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모이는 곳이다. 낡고 빛바랜 물건들이 폐기물이라는 허망한 끝을 맞지 않고 제 가치를 찾는 매력을 가진 곳이다. 어쩌면 사회조직의 방전되는 밧데리 같은 직장인의 처지인 나의 바램이 담긴건지도 모르겠다.